조성남 1960년 영암 출생 세한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한국소상공인컨설팅 부회장 한국산학협동연구원 부원장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 위원 전라남도청년창업몰 심의 및 자문교수 |
집중 폭우로 영산강이 만수되면 낙차가 크지 않은 학산천으로 역류한다는 것, 처음 당하는 피해가 아닌데 보수 방책이 허술하다는 것, 제방을 높이는 등 근원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씀들에 공감하면서 필자는 범람의 또 다른 원인으로 보이는 현상에 주목했다.
폭우로 인해 불어난 물이 노도처럼 흐르는데, 각종 부유물과 생활 쓰레기더미가 교각 사이를 댐처럼 가로막아 물 흐름을 단절하고 있었다. 그 지점을 통과하지 못 하고 제방을 넘은 물이 인근 농경지와 축사 등을 잠식했으나 사람이나 중장비가 들어가 장애물을 치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유물은 대부분 여러 마을의 하천 주변에 방치된 스티로폼이나 비닐, 소가구 등 환경 쓰레기, 전정 후 방치한 나뭇가지 등이었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곳의 개천에서는 몇 개 안되었을 부유물들이 여러 물줄기가 합쳐지는 학산천과 같은 하류에 도달하니 엄청난 양이 되어 무섭게 몰려들었다.
지진,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난이나 이변을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 하며, 천재지변으로 황폐해진 상태를 자연재해로 본다.
반복되는 상습 자연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기관은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문제를 파악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원인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현지에 살아왔거나 직접 피해자인 주민들이 그곳의 환경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대처가 미비할 경우 자연재해는 관재(官災) 또는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번 학산천 범람을 보며 필자는 우리 공동체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잘 아는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해수면이 국토보다 높다. 해수 범람의 위태로운 국토 조건을 적극적이고 과학적으로 극복해온 네덜란드는 유능한 행정 못지않게 국민들 결속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한 소년이 댐의 작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다가 나중에는 주먹, 팔뚝을 넣어 마을 사람들이 올 때까지 밤새 안전지킴이 역할을 했다는 구전 동화는, 재해를 막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감과 공동체 협력을 가르치는 내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대적하는 중에도 장독샘을 파서 기갈을 해소하고 서로 격려했던 영암의 공동체 정신이 네덜란드만 못할 리 없다.
기후온난화로 더 많은 자연재해가 닥칠 것을 기상과학자들은 예고한다. 모든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예방에 신속히 돌입하라고 권한다. 이러한 시대에 자연재해를 최소화할 중요한 힘이 '공동체 정신', '서로살림 정신'이라 생각된다. 극심한 불황도 가족이 화목한 집이 잘 버틴다는 통설처럼 말이다.
금년 여름이 한 달 이상 남았다. 비는 또 내리고 태풍은 닥칠 것이다.
영산강과 낙차가 적어 폭우 시 역류한다는 주민들 말이 사실이라면, 전라남도와 영암군은 갈수록 강우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영산강 하굿둑의 퇴수를 적극적으로 조절해 주어야 한다. 배수시설 강화 등 지방하천 정비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제방이 낮은 것이 문제라면 이 또한 속히 방비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애쓴다한들 수많은 개인이 함부로 버리거나 방치하는 쓰레기를 처리함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버리고,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는 개인이나 마을 단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농경지, 양식장, 주택, 축사, 도로 등의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수해로 고통 받는 피해자 수를 줄일 수 있다.
사소해 보이나 가치 있는 ‘서로살림 행동’이 무엇인가를 학산천 범람 현장이 새삼 깨우쳐주고 있었다. 개인의 십시일반 노력이 모여 인재(人災)를 줄이고 치수(治水)에 기여하는 힘이 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