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영 민선 초대 영암군체육회장 전 광주매일신문 특집부 국장 |
물은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 흐르고, 웅덩이를 만나면 고이기도 하는데, 세월은 바위나 웅덩이와는 상관없이 거침없이 흘러간다. 지난 33년간 긴 시간을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바위와 웅덩이를 만나 겪은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을 끝으로 마침내 들어선 국민의 정부, 그리고 국정 농단과 촛불시위 등 정치적인 이슈가 흐르는 시간을 삼켰지만, 모진 세월 잘 견디며 기어이 피어난 꽃처럼 펜을 놓으면서 잠시 언론인으로 살아온 날들을 독백한다.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부로 불릴 만큼 중요한 영역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민들의 알 권리는 생존권과 직결되고, 문제점을 파헤쳐 선제적으로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언론 영역은 주민들과는 불가분의 관계로 볼 수 있다.
나는 20대 후반인 1989년 6월 지방 언론인으로 출발했다. 젊은 시절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은 지역사회 구석구석을 다니게 했고, 흔들리는 펜을 젊은 열정으로 잡게 했다. 그야말로 올바른 정론으로 그 사명에 충실했다. 때로는 뭇매를 맞았고, 때로는 시원하다며 지역 주민들의 응원도 받았다. 굵직굵직한 행사나 군정의 잘못된 행태에는 과감하게 펜을 휘둘렀고, 작지만 소소한 지역 주민의 선행이나 미담 사례는 고스란히 전달하려 애썼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지역 언론인 역할이야말로 중요하다. 언론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언론인은 근거로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언론이 불의와 손을 잡으면 날림이 된다. 날림은 금방 무너지고 사라진다. 언론의 사명은 날림이 아니라 굴림이다. 굴리고 굴려서 눈덩이처럼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으로 지역사회를 환하게 비춰야 하는 빛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33년간 지켜왔던 나만의 원칙과 철칙으로 언론인의 사명에 충실했다. 덕분에 지역민의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군 체육회장에도 당선되었다. 나에게는 사실 체육은 언론 이외 하나의 또 다른 사명이기도 했다. 영암군 조기축구회장을 역임하고, 영암군 축구협회장 등을 거치면서 체육인들을 통해 지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비약적이긴 하지만, 체육이 있었기에 언론인으로 활발한 활동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 걸음 물러나 지역리더 의 한사람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펼치며 지역사회를 안고자 한다. 내 고향 영암은 참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고장이다. 지역 주민은 이러한 환경에 가족처럼 정담을 나누며 살아간다. 구석구석 온 동네 온기와 따스함이 묻어나 항상 푸근하다. 체육회장으로 소명을 맡으면서 언론인의 짐을 내려놓고 지역발전이라는 열망을 품에 안고 남은 생 또한 새롭게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하고자 한다.
주변 지인들은 좋은 인지도를 살려 지방선거 등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자주 묻는다. 삶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 때가 되면 꽃은 지지만 또 때가 되면 다시 피어난다. 삶도 시들었다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뿌리를 잘 내려야 한다. 그동안 언론생활 중 본 의 아니게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았는지 새삼 뒤 돌아 본다. 또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항상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역에서 이제 이봉영이란 이름 석 자가 기억될 수 있는 체육인으로서 특히 지역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인정받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이어갈까 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