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 이름도 ‘기상천외’
검색 입력폼
 
기획특집

기암괴석 이름도 ‘기상천외’

영암 정체성에 흠집… 주민 공감·지역 정서 담아야

차 례
<1>월출산 바위이름 실태
<2>옛 문헌 속에 보이는 이름
<3> 옛이름 찾기·새이름 붙이기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불리는 월출산(809m)은 산세와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수많은 암봉과 골짜기 마다 전설이 담겨있고, 기암괴석 마다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러한 월출산의 봉우리와 골짜기에 전해져 오는 전설과 바위의 의미들이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때 잊혀져가는 기암괴석에 얽힌 전설과 옛 이름을 찾아내고 보호하고 지역의 자긍심과 함께 후손에 부끄러움 없이 물려줄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월출산의 바위 이름들이 새롭게 창작되거나 명명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의 실태를 살펴보고, 빈약한 자료지만 옛 문헌 속에서 보이는 이름을 찾아보고, 지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옛이름을 찾고, 새이름을 붙여주자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랑바위·말바위·여인바위
존재하지않는 바위이름 난무
한때 ‘미사일바위’까지 등장



군 홍보책자에 버젓이
제멋대로 명명 주민 거부감
“월출산이 중국에 있는 산도 아닌데 무슨 ‘사오정바위’, ‘저팔계바위’냐?” 최근 지역민들로부터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오정바위, 저팔계바위, 손오공바위, 삼장법사바위. 이들은 중국 4대기서(四大奇書) 중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신괴(神怪)들의 만화캐릭터 모습과 흡사하다며 모 사진 작가가 명명한 바위 이름들이다.
현재 영암군의 홍보용 책자 등에 실린 월출산의 바위 사진과 이름들 중 일부 주민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바위사진은 ‘서유기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수년째 영암군 홍보용 화보와 책자, 리플렛에 실려 소개되어 왔으며 최근 작가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다시 부각시킴으로서 일부 주민들 사이 이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의 한 인사는 “비록 이야기로 재미있게 구연하는 스토리텔링일지라도 지역의 정서, 문화·역사적 유래와 의미가 내재된 지역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 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며 “월출산에 중국의 ‘서유기의 세계’를 접목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작가의 창작성과 예술성을 존중하지만, 각 작가마다 달리 명명한다면 그러한 이름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도 구전되는 옛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들 바위 중에는 기존의 옛이름을 가지고 있는 바위도 있기 때문이다. 이중 ‘삼장법사바위’는 ‘불상바우’(사진)라는 이름이 옛 자료에 나오고, 구정봉 바로 옆에 있는 ‘손오공바위’는 본래 이름이 ‘비로자나봉’이라는 귀띔이다.

군 홍보책자에 버젓이
작가의 직관과 주관에 따라 명명된 바위 사진과 이름이 실린 군 홍보책자는 현재 ‘氣의 고장 영암’, ‘월출산 12경’, 스토리텔링 ‘영암이야기’, 화보집 ‘아름다운 영암’ 등 대략 4종의 책자와 리플렛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자들에서 ‘월출산 12대 기암’이라 소개하면서 위의 ‘서유기의 세계’ 외에도 ‘사랑바위’, ‘만삭바위’, ‘말바위’, ‘여인바위’, ‘고인돌바위’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바위 이름들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라고 한다.
또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한때는 ‘미사일바위’, ‘구두바위’라는 웃지못할 기상천외한 이름까지 등장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월출산등반 애호가는 ‘월출산 12대 기암’이라는 것도 언제 누가 선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발행한 홍보용 인쇄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월출산사무소가 지난해까지 탐방객들에게 제공한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찾아서’라는 월출산 바위 홍보리플렛에도 ‘삼장법사바위’를 소개하고 있다.
‘발바닥바위’를 비롯해 총 16개의 기암괴석을 소개하고 있는 이 리플렛은 ‘저팔계바위’를 ‘돼지바위’라 달리 소개하고 있지만 ‘말바위’, ‘사랑바위’ 등을 군 책자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월출산 12대 기암’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군에서 발간한 홍보책자를 참조해 리플렛을 만들었다”며 “월출산사무소에서는 자체적으로 바위 이름을 명명하거나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지만 바위 이름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월출산 탐방객을 안내하는 자연환경안내원 문씨는 ‘서유기의 세계’에 대해 “탐방객들에게 잘 소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탐방로 내에 있는 ‘돼지바위’라고 안내하는 바위가 군 책자에 나오는 ‘저팔계바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증·심의·채택 ‘한 목소리’
‘큰바위얼굴’은 ‘장군바위’
한편 올해 3월 모 사진작가가 ‘한국의 큰 바위 얼굴(구정봉)’을 처음 발견했다며 전국의 매스컴에 보도하고 큰 화제가 됐던 바위가 월출산사무소 리플렛에는 ‘장군바위’라는 이름으로 실려있다.
자연환경안내원 문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탐방객들에게 구정봉을 ‘투구 쓴 장군의 얼굴을 닮은 바위’라는 설명과 함께 ‘장군봉’과 구별해 ‘장군바위’라고 소개해 왔다”며 “새로운 사실도 아닌데, 그때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이를 보고 사진을 촬영해간 수많은 탐방객들이 인터넷에 ‘월출산의 큰바위 얼굴’ 또는 ‘장군바위’, ‘구정봉’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진을 띄웠다. 실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2009년 3월 이전에 올려진 사진과 글들을 찾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월출산서 큰바위 얼굴 발견’이라며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면서 월출산과 영암을 홍보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기사 속에서 기존의 ‘장군바위’라는 이름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군바위’가 또 ‘큰 바위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떨쳐버릴 수 없다.

고증·심의·채택 ‘한 목소리’

위에서 월출산 바위 이름의 현 실태 몇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이점은 지역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도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이에대해 문화관광 분야 관련 지역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전갑홍 영암군 문화관광해설가 협의회장은 “이렇게 임의대로 붙인 월출산 바위 이름들이 영암의 정체성에 흠집을 남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군 지명위원회나 학계, 전문가에게 고증과 심의를 의뢰하고 채택해야 공신력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또 전 회장은 “문화관광해설가로서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바위이름들은 외지 관광객들에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지난해 영암문화원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김희규 전 문화원장은 “이러한 바위 이름들이 군이 만든 홍보책자에 실리고 있다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다”며 “군은 바위 이름들을 고증을 통해 발굴하고, 지명위원회를 통해 지역 정서에 맞고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정훈 군 문화관광과장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작가가 붙인 이름이지 군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밝히고 “군 홍보물 발간은 편찬위원회 등을 통해 군이 책임 편수해야하지만 사진작품의 경우 저작권료가 너무 비싸고, 민간주도의 지역문화창달을 위해서 개인에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월출산 바위이름 뿐만 아니라 관내 곳곳의 도로명과 지명 등을 재고하고 바로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지명위원회를 활성화 하고 고증과 연구, 주민의견 수렴, 정책방향 제시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