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농어업선진화’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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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구를 위한 ‘농어업선진화’ 인가

정부를 성토하는 농어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보호막은 없애고 시장은 열겠다’는 정부 농어업 정책기조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초순 남태평양 순방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시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新아시아 외교구상’을 통해서는 아시아권의 모든 나라와 FT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FTA 체결이 국제통상질서의 새로운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아시아권 모든 나라와의 FTA 추진은 중국도 포함되고 그로 인한 농어업 영향은 한·미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에서 농어민들의 우려는 매우 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나 한농연중앙연합회 등은 이를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정부의 농어업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지난 3월말 출범한 ‘농어업선진화위원회’에서도 확인된다.
정부 주도로 농어업인 대표와 학계 및 언론계, 정부 관계자 등 68명으로 출발한 농어업선진화위원회는 이달까지 한시적 운영을 통해 농어업에 대한 구체적 제도개선안과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3차 본회의까지 연 농어업선진화위원회는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 검토되면서 참여했던 농어민단체들이 탈퇴를 고려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나치게 기업농 육성 중심의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농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있는데다 각종 농어업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농어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수축산물 소비시장은 아시아권 모든 나라에 개방하겠다면서 농어민들의 보호막이었던 각종 보조금은 폐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농어민들이 찬성하고 나설 리가 만무하다.
농어업 보조금 축소 움직임은 올 초 발표된 ‘농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도 이미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보조금은 농어업 인프라, 공동이용시설, 친환경녹색성장 및 재해지원 등에 집중하고 농어업인 개인소유의 시설 및 장비구입 보조금 지급은 지양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특히 가칭 ‘보조금 일몰제’ 시행을 통해 그 규모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유사사업단 보조율을 내년부터 재조정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농어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잠정보류’ 상태인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우리 축산농민을 지탱해온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송아지 생산안정제’도 폐지대상이다. “송아지 생산안정제가 한우산업기반 유지를 위해 실시된 제도로 현재 기반유지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기준가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효용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농민들의 반발에 “제도의 폐지를 결정한바 없다”고 한 발짝 물러선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송아지 생산안정제 효용성 검토는 한·미FTA에 따른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과 사료값 폭등으로 생사기로에 있는 축산농에 대한 정부 시각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송아지 생산안정제는 우리 축산농가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줘 번식기반을 유지해온 바람직한 정책이다. 더구나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폐지 운운하는 일 자체는 말도 안 되는 조치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정책이든 타당성을 가질 수 있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오랜 생각이다. 정부의 농어업정책은 바로 이점에 문제가 있다. 축산업을 포함한 농수산업에 대해 정부는 먼저 애정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우리 농어업이 포기해도 되는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고 있는 생명산업임을 먼저 인식해야하는 것이다. 농어업선진화는 바로 이런 전제가 깔려 있어야 농어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순 오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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