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가르칠 것인가, 낯부끄러운 대한민국 백년대계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누가 누구를 가르칠 것인가, 낯부끄러운 대한민국 백년대계

조영욱 시인
서울 경기 중부는 폭우, 호남 제주 남부는 폭염! 뚜렷하게 갈린 한 나라 두 날씨가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국가 비상 상황에 재난안전회의를 주재해야 할 대통령은 자택 주변이 침수 돼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택에서 전화로 상황 지시를 하고 있다고 한다. “퇴근하면서 보니 아파트 1층이 침수 되고 있었다” 재난 상황에 차를 돌려 집무실로 돌아가 상황실에 있어야 할 대통령이 버젓이 퇴근 했다고 자랑이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폭우에 대통령이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한다는 사실은 세계사를 새로 쓰는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공무원들은 비상근무를 해야 할 상황에 11시까지 출근하라는 것은 무정부 상태로 지내며 국민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 하라는 선언이다. 날마다 기상천외한 일들 연속이다. 전쟁 상황이라면 국민을 다 죽이고도 남을 참극이다.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4%인 이유가 충분하다. 아니 24%도 높다. 이 모든 게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결정해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대통령이 자초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서울 강남과 인천이 집중호우 피해가 컸다. 서울시가 하수 정비 예산 896여억 원을 삭감 편성한 예견된 참사였다. 10년 전 오세훈 시장 때 광화문 일대가 완전 침수돼 교통이 마비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강남 일대가 물바다가 되고 심한 곳은 버스 지붕까지 물이 찼다는 소식이다. “왜 오세훈이 시장만 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되느냐?”고 이구동성으로 질타한다. 인천은 곳곳에서 상가 1층이 완전 침수 되는 등 집중호우에 무력했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문자 그대로 코로나에도 집중호우에도 각자도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바다가 된 지 한참 지난 밤 9시 55분에야 재난 상황실에 나타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밤 10시 30분에야 재난상황실에 나타났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정부가 있어도 정부가 없는 것만 못하고, 지방정부 역시 없는 것만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분통 터지는 현실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임명 34일 만에 사퇴했다. 이 역시 처음부터 예견된 참사다. 공직자가 되기엔 너무 터무니없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를 야당이 반대한다고 오기를 부려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 책임이다. 박순애 장관은 교육을 책임질 장관은커녕 교육자로서도 자격 미달이다. 혈중알콜 농도 0.25%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고도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구속은커녕 징계도 안 받고 버젓이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로 재직할 때 조교와 학생들에게 행한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 입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기록부를 담임교사가 아닌 입시컨설팅업체가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받았었다. 그도 생활기록부 입시컨설팅을 박순애 본인이 직접 받았다고 한다. 생활기록부 조작 당사자 중 한 명인 것이다.
대통령이 공언하기를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장관을 본 적이 있느냐? 장관 임명장을 주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서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까지 한 훌륭한 장관을 불과 34일 만에 만 5세 취학 문제로 경질(更迭)했다. 만 5세 취학 문제는 박순애 장관 정책이 아니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언급했고 모처럼 대통령이 며칠 간 야근해가며 참모들과 만든 정책이다. 만 5세 취학 문제는 교육계에 던진 핵폭탄이었다. 처음 나온 정책도 아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고 철회 되곤 했다. 이번에 더 문제가 된 것은 교육 현장과 학부모 교육감들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아니면 말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백년대계를 재단한 데에 있다. 교사 학부모 98%가 반대하는 정책을 그도 초등 교육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을 다수당인 야당과 협의도 없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소위 국민대 김건희 멤버스 유지(Members Yuji)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국민대학교가 시간을 질질 끌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슬그머니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해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였던 문대성 동아대 교수 국민대 박사학위가 표절률 16%라는 이유로 박사학위를 취소했던 국민대가 표절률 46%에 달하는 김건희 박사학위는 표절이 아니라는 얼토당토 않는 판정을 내렸다. 이는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 술은 마셨으되 음주운전이 아니다. 물건은 훔쳤으나 도둑질이 아니다는 논리다. 이게 어용(御用)이 아니고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아니면 무엇이 어용이고 곡학아세겠는가? 이 나라 교사와 교수들은 무슨 낯으로 학생들 앞에 당당히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슨 입으로 공정과 상식, 정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 늘 부끄러움은 국민들 몫이다. 더군다나 대통령께서 반도체에 꽂혀서 유초중등 교육교부금 예산 21조 원을 빼내 대학 반도체 인재 양성교육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한 사람 또는 몇몇 소수가 즉흥적으로 쥐고 흔들고 좌지우지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돼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와 의견 도출 과정이 정밀하고 투명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백년 앞을 꿰뚫어 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