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따라야 생명력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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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회적 합의’ 따라야 생명력 지녀

월출산 바위이름



차 례
<1>월출산 바위이름 실태
<2>옛 문헌 속에 보이는 이름들
<3>옛이름 찾기·새이름 붙이기

앞서 월출산 바위이름의 실태와 옛 문헌 속 바위이름을 살펴보았다. 일부 바위들의 전설과 유래에서 월출산의 크고 작은 봉우리와 바위들은 ‘신령스러운 산’ 답게 감히 소홀히 할 수없는 역사적 사실과 유래도 담겨있다.
옛 월나악(月奈岳)이라 불렸던 월출산 인근 마을 사람들의 무속적 관념과 민속적, 종교적 의미가 담긴 민속의례와 관주도의 관속의례가 월출산 바위 아래서 행해졌다.
그러한 의례(儀禮)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문헌상 역사적 사실로만 남아있거나, 큰 봉우리 외에 작은 바위들의 이름이 일부 사라졌을지라도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는 아직 실존하는 기암괴석과 이들의 유래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와 단절된 현재는 있을 수 없고, 현재는 미래의 견인차가 되어야 하기에 과거와 현재 모두가 소중하다. 배고팠던 시절 ‘잘살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소중한 것들을 등한시했던 점을 반성하고 이제 되돌아보고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월출산의 바위 이름의 경우 역사적, 민속적, 정서적, 문화적 유래가 담긴 옛 이름들을 고증을 거쳐 찾아내고, 명산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다수 주민들이 공감할 수있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단순한 논리이다.
이 장에서는 월출산 바위들의 역사, 문화적 의의를 더 살펴보고 지명 명명 조건과 구전되는 바위이름 되찾고, 이름을 알수 없는 바위에는 아름다운 새이름을 붙여주자는 방향제시와 이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바위 유래 조사발굴… 공감하는 이름짓기
공동협의체 구성·지명위원회 활성화 해야

국가 소사(小祀) 모시던 천황봉
월출산 천황봉은 통일신라 때부터 나라의 주관 하에 제사, 즉 소사(小祀)가 치루어 지던 명산이었다. 소사(小祀)는 고려시대에는 월생산신사(月生山神祠)라고 불렀으며, 조선 초에는 고을의 수령을 중심으로 치루는 ‘본읍치제(本邑致祭)’ 형태로 전승되었다.
이는 정치적, 역사적, 종교적, 민속적 의미로 이해돼야 한다. 이 천황봉의 제사를 명맥을 잇는 것이 오늘날 용바우에서 매년 10월 6일 지내는 ‘월출산 바우제’다.(월출산 제사유적 152~160쪽, 1996년, 목포대학교박물관刊)
위의 연구서에서 월출산의 봉우리와 골짜기, 곳곳의 바위들은 기우제나 산신제, 다양한 무속의례가 행해지던 제사터로 알려졌으며 이 제사들은 통일신라 이전부터 지속되어온 ‘월나악제(月奈岳祭)’였다고 밝히고 있다.
산신신앙과 민간신앙이 내재된 민속·무속·관속의례로서 바위 아래서 백성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주민의 결속과 안녕, 개인의 풍요를 기원했다.
의례(儀禮) 행해지던 골짜기와 바위
월출산은 과거부터 기우제가 많이 행해지던 곳이다. 구정봉 보제단과 천황봉, 산성재, 경포대 큰골 등이 기우제를 자주 지냈던 곳으로 알려졌다. 또 미왕제 갈대밭에서는 죽정마을의 산신제가 열리기도 했다.(월출산 제사유적 162, 166쪽)
현존하는 바위 중 남근석, 여근석 등은 주민들의 성신앙을 엿볼수 있는 무속·민속의례가 행해졌던 바위였다고 전해진다.
월출산 골짜기 곳곳 굿을 하고 공을 드리는 무속의례의 굿터가 있다. 서낭골의 ‘공알바위’, ‘마당바우’, ‘큰골’, ‘용추골’, ‘막사당골’, ‘칠치폭포 계곡’, ‘바랑골’, ‘경포대’, ‘용바위(바우제단)’ 등이 그곳이다.(월출산 제사유적 166쪽)
이는 월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일이었고, 국립공원 지정 후에는 단속이 심해져 이러한 모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처럼 월출산의 바위들은 주민의 삶과 밀접한 바위들이었다.
지명 생성 조건은 ‘합의(合意)’
남도땅의 향토지리 연구분야에 일가를 이뤄가고 있는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51·전남대 사대부고교사)은 “지명이란 사회구성원들의 합의(合意 mutual agreement)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없이 명명된 지명은 작은 동기에도 곧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사회구성원들의 합의 속에는 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와 정서가 살아 숨쉰다. 결국 다수의 주민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지명이라야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후대에 전승될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불리어지는 지명에는 그 생성과정에 수대에 걸친 사회 구성원들의 묵인된 합의와 동의속에 역사와 문화와 정서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광주 땅 이야기’(2005년)와 ‘영산강 삼백오십리-물길따라 뱃길따라’(1995년) 등을 출간했다.
다수가 공감하는 이름·협의체 필요
지난호에서 옛 문헌 속의 월출산 바위 이름을 살펴본 결과 구전되는 정겨운 이름을 다수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이 바위들의 정확한 위치와 현재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현지 조사와 연구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고증과 유래 찾기 등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잊혀졌던 옛 이름이 빛을 보게 하고, 또 구전과 문헌 자료가 없는 바위일 경우 의견수렴을 거쳐 주민과 탐방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새이름을 붙여주기 운동을 범 군민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의 월출산 탐방로 내에서 탐방객들에게 소개하는 바위에 대해서는 더욱 심혈을 기울여 바위 이름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기관·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 예를 들면 군과 관광안내해설가협의회, 문화원,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주민 등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대안을 제시하는 근거는 각계에서 월출산 바위이름을 정립해야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고, 또 현재 불리고 있는 일부 바위 이름들이 다수 주민의 동의를 얻지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주관에만 위임한다든가, 이를 묵인한다면 ‘합의’없이 붙여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고착화 될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 때문이다.
월출산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는 “공동협의체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바위 모양에 따른 직관적인, 흥미위주의 명명보다는 바위에 담긴 사연과 전설과, 지역의 문화, 역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바위이름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군 지명위원회 활성화를
또 군의 지명위원회를 활성화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암군지명위원회 조례에 따르면 지명위원회는 행정지명을 포함한 자연지명, 지표물지명 등의 생성과 유래, 변천과정 등을 조사하고, 자료수집과 분석으로 심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군은 이러한 지명위원회를 최대한 활용해 월출산 바위 이름에 대해 체계적인 정립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고증과 연구,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지난호에서 “지명위원회를 통한 바위이름을 심의, 채택해야 한다”는 각계 목소리를 전달했었다.
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도 “바위 이름도 당연히 지명위원회를 통해 명명하고 정립해야하는 것이 원칙적이며 타당한 행정이다”고 밝히고 “위원이나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명위원회를 열어 이를 정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유기의 세계’와 ‘사랑바위’ 등 문제가 된 바위이름을 홍보물에 실은 작가는 “스토리텔링으로 탐방객들이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였다”며 “바위이름을 새로 명명해 불려지기를 바란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작가 역시 지명위원회에서 고증과 심의를 거쳐 바위이름이 붙여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군 홍보책자 책임 편찬해야
앞서 작가의 직관과 상상력이 다분히 반영된 바위이름들이 군 홍보책자에 버젓이 실리고 있다는 것과 발행 주체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바위이름은 군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사진작품의 저작권 문제 등 기타 제반 현실적인 여건, 관행 때문에 홍보물 발간을 개인에 의뢰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재고해야 한다.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홍보물을 책임 편찬하고 있는 타 시·군과는 대조적이다. 타 시·군의 경우 군이 인쇄업체에 사진과 글을 제공하고 디자인과 편집을 군이 책임 감수하고 있다.
군은 홍보물 발간 주체로서 인쇄물 발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군 보유 자료사진을 확보하고, 작가의 사진을 필요로 한 경우에는 다수의 작가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한 인사는 “홍보물 발간에 있어서 군이 감수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현재처럼 개인에게 출판을 의뢰한다면, 이같은 일(월출산 바위이름)은 언제든지 재발할수 있다”고 말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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