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혈세 투입한 왕인문화축제, 흥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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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혈세 투입한 왕인문화축제, 흥행은?

작년 예산 9억 5천…전년 대비 58% 증액
올해 관광객 16만…작년 89만 명의 1/5
유사한 프로그램 반복…지역 특색 반영 못해
인문학 관련 체험 위주…아이들 즐길 체험 부족

지난 29일 왕인문화축제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음에도 행사장 끝쪽에 위치한 체험부스 4곳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닿질 않고 있다
‘시공초월, 왕인의 문화 빛이 되다!’라는 주제로 지난 3월 28일 시작된 영암왕인문화축제가 4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왕인문화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축제, 2024 전남 대표 축제로 선정되며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열렸지만 매년 똑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반복 시행하면서 지역적인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과시하는 데 그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암왕인문화축제는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왕인박사 유적지 일대의 아름다운 벚꽃 길을 관광자원으로 군서 벚꽃 축제로 진행됐다. 지난 1997년부터 왕인의 탄생을 기념하고 업적을 기리는 문화 축제로 바꿔 현재까지 32년간 진행해 오면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현실에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국내 산업부진으로 지역상권이 위축된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5억 5천만 원 증가한 15억 원의 거액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개최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암군은 지역 대표 축제의 내적·질적 향상을 위해 왕인의 문화교류와 전파를 중점으로 ‘인문’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녹여내기 위해 왕인박사의 탄생과 일대기를 담은 스토리로 마당극과 퍼포먼스를 더한 ‘박사왕인 행차 길놀이’, 영암의 미래 비전을 물과 빛으로 표현한 공중 퍼포먼스인 ‘월인천강’ 공연 등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왕인박사 테마 퍼레이드를 관광객 참여형 야간프로그램으로 구성했고, 불꽃놀이를 낙화처럼 표현한 상대포 ‘낙화유수’ 퍼포먼스를 진행해 야간에도 볼거리와 즐길거리 제공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지만 주요 행사가 지난해와 다를 것 없어 새로워진 것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또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를 위해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에듀테이먼트 콘텐츠로 기획한 행사장 내에서 책을 읽는 ‘북카페 왕인의숲’, 활자를 테마로 한 내 이름 활자 찾기 및 인쇄 체험, 오침안정법을 활용한 전통 책 만들기 체험 등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엔 아쉬운 축제였다는 분위기다.

미취학 자녀들과 행사장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체험부스는 여러 개 있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체험들이 미흡하다”며 “왕인의 교육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케릭터를 활용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체험활동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콘텐츠에 아쉬움을 남겼다.

불만의 목소리는 관광객뿐 아니라 체험부스 관계자에게도 들려왔다.

영암군은 관광객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부스를 ‘왕인 플레이 그라운드’라는 공간을 만들어 업체들을 한 곳에 배치했다. 플레이 그라운드의 위치는 사람들이 몰리는 주 무대와 푸드코트 사이에 있고, 외벽에는 축제 일정표와 영암군의 마스코트 케릭터가 있어 인기를 끌었 다.

이와 달리 일부 업체들은 축제장 끝에 있는 왕인사당 부근에 배정받아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위치에 들어선 벚꽃과 함께 인생네컷, 페이스페인팅을 그려주는 부스 등은 다른 축제장의 경우 입구 쪽에 위치해 축제 분위기를 살려주는 공간이지만 왕인문화축제에선 행사장 끝부분에 있어 축제 운영 부스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2024 왕인축제에 16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9만 명이 방문했다던 작년 축제의 1/5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한 이유에 대해 영암군은 “행안부가 올해부터 축제 관광객 집계를 실질적인 데이터를 요구해 부풀림 없이 집계한 통계”라고 밝혔다.

이에 그동안 관광객의 수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먹구구식으로 조사하고 그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발표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물론 축제 첫날 내린 비, 미세먼지, 30일 발생한 돌풍의 영향도 관광객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올해 축제 예산(15억 원)이 작년 예산(9억 5천만 원)에 비해 58%가량 증액됐음에도 행사 프로그램 상당수가 매년 모방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지역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영암군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이벤트 기획사나 지방방송사에 축제의 주요 행사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행사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를 주관한 영암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저희가 처음으로 행사를 맡아 진행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진행한 관광객, 부스 참여자들, 지역사회단체 등 설문조사 만족도 조사를 바탕으로 민원들을 취합해 내년에는 보다 좋은 방향으로 축제가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행사가 축제에 참여하는 군민과 관광객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에 미흡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2024 왕인문화축제가 외지 관광객들을 참여를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하는 생산적인 축제가 아닌, 실제론 지역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먹고 즐기는 소비성 집안 잔치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영암군 | 왕인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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