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전체의 건강권 앞에 동·서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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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도민 전체의 건강권 앞에 동·서 따로 없다

전남도의회 김재철 의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너무나 익숙한 격언이다. 정확한 출처를 아는 이는 드물지만, 해방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좌익과 우익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다.

그에 앞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에 한 명인 존 디킨슨이 ‘자유의 노래’(1768)에서 최초로 사용했고, 노예제 찬반을 두고 분열 위기에 처한 에이브러햄 링컨도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1858)며 비유적으로 연설에 활용했다.

원문은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쓰러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이다.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꾼 이솝이 쓴 우화 ‘네 마리 황소와 사자(The Four Oxen and the Lion)’에서 비롯됐다는 게 통설이다.

들판에 사이좋은 네 마리 황소와 사자가 살고 있었다. 어딜 가든지 함께였고 좋은 풀밭을 만나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사자가 공격할 때마다 네 마리 황소는 꼬리를 등지고 사자가 어디로 달려들든 날카로운 뿔로 대응했다. 사자는 틈을 봐가며 황소 한 마리씩 접근해 “다른 소들이 네 흉을 본다”며 이간질했다. 서로 불신한 황소들은 각자 흩어져 풀을 뜯어 먹다 결국엔 사자에게 모두 죽게 됐다는 이야기다.

현재 전남도 의대 신설을 둘러싼 형국과 비슷하다. 너무 비관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다가 모두 죽는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되고 응급·필수의료가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말 그대로 시급한 위기 상황이다. 내 가족과 후손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달린 문제 앞에서, 도민 모두가 우리 지역에 의대를 유치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 필자도 연초에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유치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해 힘을 보탰다. 당시만 해도 동(東)과 서(西)는 없었다. 우린 모두 하나였다.

지난 3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합동 담화문에서 전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 추진이 공식화됐다. 각 부처가 협의해서 발표한 만큼 확정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30여년간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힘겹게 얻은 결실이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속에서 전남도 몫으로 의대 정원 200명을 신속히 배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펼쳐진 상황을 보자. 그토록 염원하던 의대 설립이 출발선에서부터 서로 딴지를 걸며 어그러지기 시작하고 있다. 동·서부지역 외에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기 지역에 들어서는 게 당연하다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의대 유치를 위해 똘똘 뭉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마치 들판의 황소들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갈라서려 한다. 동·서부로 편 가르며 세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전남에 동·서부만 있겠는가. 중부도 그리고 남·북부도 있다.

의대 설립은 온 도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일부 대학과 지역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어느 한 대학이 선정되더라도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전체 도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전남도에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가 포함된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가 한 국립대학교에만 의과대학을 지정하고 끝낸다면,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될까? 과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나서서 전남 도민 전체를 위한 어떤 특단의 의료대책이라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현재로서는 전남도 공모에 참여하는 게 최선이다. 허송세월을 보낼 시간이 없다. 들판의 황소들처럼 홀로 풀 뜯어 먹겠다고 다툴 때가 아니란 말이다. 양 대학과 지자체가 협상의 테이블에 나와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지역 필수 의료체계 완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민의 목소리를 담아 정부 요청에 신속히 응답하는 길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가장 빠른 길이다.

30여년간 의대 설립을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았던 정부만을 쳐다보며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수 없다. 도민 모두가 정부를 향해 다시 한번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설립 주체인 대학과 관련 지자체는 정치적 셈법과 유불리만을 따지지 말고 대화의 장에 적극 나서라. 도민 전체의 건강권 앞에 동·서가 따로 없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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