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문제로 지방소멸의 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만원 주택, 파격적인 출산지원금 등 지방소멸 극복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있다. 영암군 역시 다양한 주거, 일자리, 청년 정책들을 내세우며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 정책이 교동지구도시개발사업이다.
교동지구개발사업은 교동리 일원 18만9천602㎡를 개발하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영암에 부족한 문화·편의·주거시설 등의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민들이 떠나지 않고, 외부 청년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지역활력타운을 만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의 가장 핵심 계획은 영암공공도서관 이전 신축이다. 군은 월출산국립공원을 기반으로 기후·생태 환경교육을 위한 국내 유일의 거점도서관의 기능을 기대하며 전남도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교동지구로 입지를 선정했고, 우승희 군수는 도서관 부지 설명회 자리에서 “영암공공도서관을 일본의 다케오도서관처럼 전국에서 찾아오는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서관으로 연 방문객 100만 명
일본 다케오시는 인구 약 5만 명으로 영암군 인구와 별반 차이 없는 지방 소도시다. 하지만 공공도서관 개편만으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
본지에서 직접 방문해 본 다케오시는 후쿠오카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후쿠오카 근교 도시로 다케오시에 들어서니 주변이 온통 논밭이며 중심가를 제외하면 편의점 찾기도 힘들 만큼 영암보다도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마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케오도서관 인근에 도착하니 도서관으로 향하는 차들이 많이 보였고, 방문한 날이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주차장에 빈자리 찾기도 힘들 만큼 방문객이 많았다.
기존 다케오도서관은 다케오시 시민만 이용하는 평범한 시립 도서관이었다. 다케오시는 기존 낙후된 도서관을 개보수 하기로 결정했고, 시는 개편사업을 통해 지방 소도시인 다케오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이는 영암공공도서관 신축사업 목표와 상동하지만 운영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케오시는 공무원의 형식적인 업무체계와 사고로는 침체되어 가는 지역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해 외부 경영인을 선임했다.
다케오시는 1400개의 프랜차이즈를 가진 츠타야 서점의 운영사 CCC(컬쳐 컨비언스 클럽)에게 위탁운영을 맡겼다. 하지만 영암공공도서관은 국내 다른 공공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도 교육청이 운영할 예정이다.
다케오도서관의 혁신적인 변화
‘츠타야’에 위탁운영을 맡긴 다케오도서관의 변화는 혁신적이었다. 첫째 진열방식을 완전히 달리했다. 기존 책 내용에 맞춰 소설, 현대문학 등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아닌 독자 중심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것인지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하게 파악해 분류하는 츠타야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열했다.
둘째, 도서관 1층에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를 입점시켜 책을 보는 동시에 커피와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게 만들어, 기존 도서관이 가진 고정관념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다케오도서관의 스타벅스는 이 곳만의 스페셜한 메뉴, 고유 텀블러 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도서관에 카페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돼, 독서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 스타벅스를 오려고 다케오에 방문하는 관광객도 상당수다.
도서관이 방문객이 많고, 카페도 입점해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팟은 두 곳으로만 제한 해놓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함에도 정숙한 분위기가 유지돼 기존 도서관의 역할은 그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셋째, 도서관의 운영을 전적으로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개정했다. 흔히 우리가 아는 공공도서관은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8~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기존 다케오도서관도 마찬가지였지만 위탁운영을 시작하면서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했고, 명절·휴일 휴관 없이 365일 내내 개방했다. 즉, 지역 및 타지 사람들이 퇴근 후에도, 혹은 쉬는 날에도 도서관을 올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한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님에도 공간만 차지했던 관장실을 없애는 대신 열람실 좌석과 개방형 서가를 늘렸다.
이러한 변화들로 다케오도서관을 찾는 관광객만 연간 100만명을 기록하게 됐고 주변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 지역 상권까지 살아났다.
영암공공도서관의 차별성은?
영암읍 교동리 81 일원 내 문화시설용지에 연면적 3,357.49㎡, 건축면적 2,041.85㎡ 규모로 예정 중인 영암공공도서관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 약 191억원(군비 50억, 문화체육관광부 50억, 도 교육청 91억)이 투입되는 영암공공도서관은 월출산국립공원을 기반으로 기후·생태 환경교육을 위한 국내 유일의 거점도서관으로서 인접해 건립될 영암문화예술회관과 연계해 독서·휴식·강연·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활동과 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 1층은 서고 보존 용도 등으로 쓰일 예정이며, 지상 1층은 월출산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어린이자료실로 구축할 계획이다. 2층은 월출산 조망이 가능한 전망 열람존과 일반자료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3층은 기후 생태에 특화된 도서관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기후 변화 특화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서관 중심부에 위치할 특화실은 원형 구 형태로, 2층까지 공간을 확장할 만큼 큰 규모로 기획했다.
하지만 설명회 과정에서 도 교육청 관계자 등 기후변화 특화실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건의가 이어지자 용역사는 현재 규모를 줄이거나 조성을 취소하는 단계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공간이 기후·생태·환경의 거점도서관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공간이니만큼, 축소되거나 백지화됐을 때 영암공공도서관만의 차별성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케오도서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운영체계를 벗어난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전국 수천개가 넘는 공공도서관들과 차별화되는 영암공공도서관만의 혁신이 필요하다.
막대한 군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니만큼 이전 신축될 영암공공도서관이 그저 지역 학생들이 독서를 하는 공간으로만 활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