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서 구제역 발생 확산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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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영암서 구제역 발생 확산 일로

최초 발생 도포면 한우농장 이어 군서면 등 모두 12곳 전파 무안군까지 확산
국내서 1년10개월 만에 재발…구제역 청정지대 전남·영암 한우산업 큰 타격

도포면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급속 확산하고 있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도포면 수산리 한우농장은 농장주의 구제역 의심 증상 신고에 따라 3월 13일 밤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검사결과 양성판정이 나온데 이어, 14일 오전 농림축산검역본부 최종검사결과 구제역 확진판정이 내려졌다. 이 농장은 한우 184두를 사육 중이다.

또 바로 다음 날인 15일에는 방역대(반경 3㎞)로부터 1~1.7㎞ 내인 수산리 한우농장 2곳과 군서면 한우농장 1곳 등 모두 3곳에서 구제역 추가 확진 판정이 내려졌으며, 같은 날 최초 발생 농장과는 무려 16.6㎞나 떨어진 무안군의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영암지역에서는 17,18,19일에도 모두 7곳에서 구제역 발생이 이어졌다. 구제역 발생 농장과는 모두 방역대 내에 위치한 한우농장들로, 농장주가 침 흘림 등 구제역 임상증상을 방역기관에 신고했고,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 정밀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전남도내 구제역 발생은 21일 오전까지 영암 12건, 무안 1건 등 모두 13건으로 집계되는 등 구제역 발병이 첫 사례 이후 닷새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또 지난 2023년 5월 충북 청주·증평에서 발생한 구제역 발생 사례(11건)를 넘어섰다.

특히 영암에서는 최초 발생지인 도포면에 이어 군서면, 덕진면 등에까지 확산되고, 시종면 등지에서도 의심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영암군내 전역에서 추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고, 40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리면서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거품 섞임 침을 흘린다. 치사율이 높진 않지만, 식육 등의 질이 떨어져 공급을 할 수 없게 돼 축산 농가에 치명적인 가축질병이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23년 5월 충북 청주·증평에서 발생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반면 전남에서는 한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그동안 ‘청정지역’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첫 구제역이 발생한 도포면 한우농장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기 10여일 전부터 구제역 증상 발현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높은 전파력을 지닌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대량 증폭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영암지역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전남 등 전국으로 추가 확산 가능성도 있어 방역대책이 절실해졌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하 중수본)는 구제역 발생에 따라 영암군과 무안군을 비롯한 나주, 화순, 장흥, 강진, 해남, 목포, 함평, 신안 등 10개 시·군의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또 전국의 모든 우제류 농장에 대해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방역 당국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중수본은 특히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해 전남지역 전체 우제류와 전국 소·염소에 대한 일제 접종을 3월 22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7일 전남도 가축방역 상황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구제역은 확산이 매우 빠른 가축질병으로 전남도는 소와 염소 사육이 많아 백신접종이 미흡했던 농장을 중심으로 추가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속한 백신 접종과 철저한 소독 등 차단방역으로 조기 종식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영암군은 구제역 발생 농가의 감염 소를 살 처분하는 한편, 구제역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서 공공수의사를 총동원해 영암군 전역의 우제류를 대상으로 조기에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소독차량을 동원한 구제역 발생지 주변도로 집중 소독과 함께, 축산농가와 1:1 전담공무원을 운영하며 136개 축산농가에 대한 전화 예찰도 실시하고 있다. 담당공무원들은 축산농가에 구제역 상황을 전파하고 농가 자가 소독을 홍보하고 있으며,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에 통보해 항원항체 반응 검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군청 농축산유통과 이승준 과장은 “지역사회 자원을 총동원해서 구제역 발생 및 피해를 최소화하고, 질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축산농가는 의심 신고와 자가 방역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 보완대책 필요해진 ‘농장 자율 백신 체계’

영암을 비롯한 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 2021년 몽골형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전자 조사 결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O형’ 바이러스인 몽골형 바이러스로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평가받은 전남지역, 그 가운데서도 영암군에서 왜 구제역이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일이나,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농장 자율 백신 체계의 허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어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매년 4월과 10월 실시되는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 기간에 5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는 자가 접종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 접종 농가들 가운데 백신접종을 소홀히 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농가에 백신을 공급한다더라도 실제로 접종이 이뤄졌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영암군과 전남도 관계자들 역시 농가가 실제 접종을 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자가 접종 대상 농가의 백신 구입 이력 확인 또는 백신 공병을 통한 접종 여부를 살펴보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남도가 내놓은 ‘소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 자료에 의하면 영암군의 경우 92.3%로, 전국 평균 97.3%나 전남 평균 96.5% 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영암군이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항체형성률이 최하위권에 머문 점이 구제역 발생의 배경으로 추측할 정도다. 더 나아가 대한수의사회는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이 항체 형성률 자체가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도 있다. 지난 2023년 5월 충북 청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항체 양성률이 90%가 넘는다고 공표됐지만 발생 후 재조사해보니 25% 안팎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농가에서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나 적정량을 접종했는지 여부나 백신 유통과정에 있어서의 문제 등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이를 해소할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방역체계에 있어 중대한 허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 접종 체계를 다시 가다듬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 줄어든 예비비…재난재해 대비체제 우려

영암지역에 갑작스런 구제역 발생은 올 예산에 예비비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감액 편성되었다는 점과 맞물려 각종 재난재해 대비체제의 미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키우고 있다.

구제역 발생에 따라 당장 살 처분 농가에 보상비를 지급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전남에선 구제역이 발생하는 동안 경기도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터지고,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협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기상여건이 매우 불안정해지면서 자연재해 발생 우려도 커 그 어느 때보다도 예비비 사용빈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암군의 2025년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는 48억원으로 예산총액의 0.67% 규모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 본예산의 예비비 112억7천717만4천원(예산총액의 1.74%) 대비 무려 57.44%인 64억7천717만4천원이나 줄었다.

예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예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지출소요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재원이다. 따라서 벌써 구제역이 창궐하고,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재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발생 등도 거의 일상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예비비는 불안을 키우고 있다.

■ 영암한우산업 악재 재발방지대책 세워야

청정지역인 영암에 구제역이 집단 발생한 것은 전국 최우수 품질을 자랑하는 영암한우산업에 최대 악재임이 분명하다. 요즈음 한우농가는 소 값은 떨어지는데 사료가격은 급등하는 등 경영비 부담이 막대한 상황이다. 여기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서는 살 처분에 따른 보상금액이 방역관리 수준 평가에 따라 한우 가격의 65~90% 정도 차이가 있다.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우는 다른 가축에 비해 전염병이 적고 폐사율이 낮아 한우농가들의 보험가입률이 낮다는 점에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을 관건 역시 한우농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백신 접종 및 차단방역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영암 한우농장을 시작으로 확산하고 있는 구제역의 감염원을 찾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다. 구제역은 감염된 소의 침 등에 오염된 사료와 물을 먹거나 접촉하는 경우, 발생 농장의 사람과 차량에 의해 간접 접촉하는 경우, 발병 가축의 재채기나 호흡할 때 생기는 오염된 비말이 공기(바람)로 전파되는 경우 등을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국은 최초 발생한 영암 한우농장과 무안 구제역 발생 농장 간에 특별한 역학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백신 접종이 미흡한 상태에서 영암지역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4월과 10월 두 차례 실시하는 구제역 백신은 접종한 지 5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떨어진다. 지금 3월이 구제역 발생에 가장 취약한 때라는 얘기다.

이밖에 정상적인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축산물 유통이나 출입국이 잦은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질병 전파 가능성, 구제역에 잘 걸리는 우제류 중 하나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염소 사육 영세농장 증가 급증 등도 원인으로 짚고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결국 이번 구제역 발생 사태는 원인 규명도 해야겠으나 조기 종식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백신 접종과 철저한 소독 등 농가의 적극적인 차단방역이야말로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구제역 발생 | 보완대책 필요 | 한우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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