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취소 유채꽃 축제 책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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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2년 연속 취소 유채꽃 축제 책임 논란

영암농협, 잦은 가을비로 파종 계획대로 못했고 잦은 봄비에 작업도 불가
영암군, 올 축제 예산 확보 상황 알리고 신청 독려 안전대책도 주문 대조

4월 9일 (좌)영암읍 천황사지구 유채단지(우)군서면 유채단지
‘영암 월출산 유채꽃 축제’가 2년 연속 취소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축제 개최 무산을 둘러싼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암농협은 유채꽃 축제 취소사유에 대해 이상기후로 인한 생육부진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진도군, 완도군 등 인근 시·군은 유채꽃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히면서 천황사지구 유채꽃 경관단지를 조성한 영암농협의 부실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영암농협은 그동안 농촌의 관광산업 육성과 벼 대체 작물 조성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를 기대하며 영암읍 개신리, 춘양리, 용흥리, 회문리 등지에 이르는 천황사지구 경관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해 50만평 규모의 유채꽃 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영암농협은 지난 2019년 영암군과 농협중앙회의 후원을 받아 ‘제1회 월출산 경관단지 유채꽃 축제’를 개최했다. 월출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만개한 유채꽃 축제는 첫 축제임에도 1만5천여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영암군의 새로운 축제 자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코로나19,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유채 생육부진 등으로 2019년 1회 축제 개최 후 7년간 세 차례 축제 개최에 그치면서 유채 축제는 물론 천황사지구 경관조성사업까지 명확한 방향과 목표 없이 흐지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및 축제 운영 주체인 영암농협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관리감독기관인 영암군에 대해서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 월출산 유채경관단지 추진현황 = 영암군 자료에 의하면 영암농협의 월출산 유채단지는 모두 132만6천11㎡로 사업비는 2억2천542만1천원이다. 개신리 56만7천452㎡, 용흥리 39만8천25㎡, 춘양리 9만4천87㎡, 남풍리 2만7천63㎡, 회문리 23만9천384㎡ 등이다.
영암농협은 이 유채단지에 지난해 가을 53㏊, 올 봄 43㏊ 등 모두 96㏊에 대해 유채를 파종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잦은 가을비로 파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봄에도 비가 자주 내려 논이 마르지 않아 트랙터가 들어가 작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채꽃 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의 경우도 총 파종면적 117만7천731㎡ 가운데 개화면적은 59만2천273㎡로 50%에 불과해 축제를 개최하지 못했다. 올해의 경우 오는 4월17일부터 21일까지 경관보전직불제의 이행점검이 이뤄질 예정으로, 지난해보다도 개화면적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암농협은 이에 대해 올해는 영암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채 재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관보전직불제 이행점검은 파종 및 식재 불이행의 경우 직불금 지급이 100% 감액된다. 하지만 필지 전체의 생육 및 개화가 안 된 경우(개화율이 0%인 경우)라도 파종이 확인되면 직불금 50%가 지급된다. 또 개화율이 0∼70%인 경우 불량 면적에 비례해 감액하는 등 작황보다 파종 자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결국 경관보전사업의 관리부실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영암군 유채꽃 축제 추진 독려 = 천황사지구 유채꽃 경관단지조성이 이뤄지면서 영암군은 올 유채꽃 축제 지원 예산으로 5천만원이 편성된 사실을 영암농협에 통보하고, 사업계획서 및 신청서를 제출해주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월 28일 발송하는 등 축제 추진을 독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3월 10일에는 월출산 경관단지 유채꽃 축제 개최를 위한 안전관리계획 제출 협조도 요구했다.

영암군은 특히 지난해 8월 ‘2025년 대비 경관보전직불제 지원사업 간담회’ 개최와 지난 3월 ‘2025년 경관보전직불제 이행점검 및 차년도 사업간담회’ 개최 등에 나서는 등 나름 천황사지구 경관단지 조성에 적극 나서왔다.

영암군 관계자는 “영암읍 유채단지는 배수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지만 수차례 현장점검에 나설 때마다 배수정리가 안 돼 있어 농협 측에 축제를 개최하려면 이렇게 관리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전했다”며 “그럼에도 축제일정이 도래할 때까지 작황이 좋지 않이 2월에 유채 재파종을 하면 4월에 꽃이라도 볼 수 있다고 파종 독려 공문까지 보냈다”고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에 천황사지구 유채단지에 가보니 나무도 있고 라이그라스도 심어져 있어 이젠 유채 단일 면적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며 “토양과 관리 문제를 고려해 추후 유채꽃 축제를 위해서는 개최지 및 주최 변경을 고려해아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채꽃 축제 새 개최지 군서면? = 영암농협의 천황사지구 유채꽃 재배가 연이어 실패(?)하고 축제 개최가 무산되면서 원래 광활한 유채꽃 단지를 조성해온 군서면이 새로운 유채꽃 축제 개최지로 떠오르고 있다.

군서면은 지난 2016년 마을경관보전사업의 일환으로 재배한 유채가 미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로 확인됨에 따라 전량 폐기되었고, 사후관리대상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면서 유채꽃 재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후관리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최근까지 봄철 유채꽃 단지가 화사한 경관을 자랑하며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특히 군서농협이 주력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논콩단지에 유채를 조성하고 있어, 콩 수확이 끝나면 유채를 파종하고, 유채 개화시기가 지나면 콩 생산에 들어가는 등 토지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와 벚꽃으로 군서면에 모이는 상춘객을 더 오래 붙잡기 위해 향후 유채꽃 축제를 군서면에서 개최해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채꽃 축제에서 왕인축제를 잇는 유채꽃 축제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군서면에서 축제를 개최할 경우 주차 공간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군서농협은 주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서농협 관계자는 “군서농협은 유채단지를 조성하면서 1필지 정도는 공터로 남겨놓고 있어 축제 때에는 이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도 부족하다면 유채단지 인근 국립종자원 시설과 연계해 주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암농협 측은 이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영암농협 관계자는 “월출산 유채꽃 축제는 전국 농협 중 유일하게 유채꽃 축제를 개최해 관광농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해온 사업”이라며 “작년 축제 취소로 인해 올해 축제는 더 신경 써 대비했지만 가을 유채 종자 파종 시기와 올 봄 재파종 시기 모두 비가 많이 내려 작황에 문제가 생겼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농협 내부 방침은 유채꽃 축제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영암군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유채꽃 축제의 성공적인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2년 연속 취소 | 유채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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