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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잠정 취소하기로 한데는 구제역 재발이 결정적이다. 게다가 오는 6월3일 조기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서 각종 행사 개최에 따른 선거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암군에 따르면 지난 3월13일 첫 발생 이후 농가들의 일제접종 등 긴급방역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안정세를 보였던 구제역이 덕진면 장선리 한우농장에서 다시 발생했다. 이 농장은 구제역 6차 발생농장으로, 8일 침 흘림 등 구제역 증상이 발생해 의심신고를 했고, 당일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덕진면 구제역 발생농가는 360여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으며, 최초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설정한 3㎞ 방역대 내에 있다. 이로써 올해 발생한 구제역은 영암군 14건, 무안군 1건 등 총 15건으로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진에 따라 해당 농가의 한우 5마리를 살 처분했다. 특히 덕진면에서는 지난 3월30일에도 구제역 발생농가에 대한 임상예찰과정에서 이상증세를 보인 의심축이 발견됐으나 확진판정 전 살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제역 재발 은폐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구제역 발생에 따라 설정된 군서면, 신북면, 도포면 등지의 방역대 해제검사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침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일 이후 21일 동안 추가 발생이 없으면 해당 방역대에 대한 해제검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구제역 재발로 도포 방역대에 대한 해제검사는 5월1일로 연장됐다.
이처럼 구제역 사태가 계속되자 영암군은 결국 올 왕인문화축제를 잠정 취소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리고, 11일 향토축제추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왕인문화축제는 당초 3월29일부터 4월6일까지 9일 동안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구제역 사태에 따라 5월3일부터 6일까지 개최로 연기된 바 있다.
여기에 조기대선이 6월3일로 치러질 예정이어서 각종 행사의 선거법 저촉 우려 때문에 지자체들이 행사의 연기 또는 취소 결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왕인문화축제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유로 작용했다. 실제로 전남도는 목포시를 시작으로 22개 시·군을 돌며 진행하던 정책비전 투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일 영광군, 오는 17일 곡성군서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행사는 모두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한편 왕인문화축제가 전면 취소됨에 따라 무려 16억여원에 이르는 축제 예산의 ‘낭비’(?)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영암군과 축제대행을 맡았던 민간기획사 간의 비용 손실 계산에 따른 계약책임 공방도 예상돼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축제 준비가 상당부분 진행된 가운데 내려진 취소결정으로, 행사 실무를 맡은 기획사 측이 위약금 보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개월 전부터 무대 설치, 출연 섭외, 홍보물 제작 등 상당수의 준비가 진행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축제 취소통보에 이미 발생한 비용과 손실에 대한 협상 난항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제역 확산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취소된 만큼, 계약서상의 ‘계약해지조건’의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해 위약금 지급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군민들의 질타도 불가피해졌다. “구제역 발생에 따라 축제를 취소해야 마땅했으나 잠정 연기 운운하며 결국 벚꽃 없는 5월 축제를 강행하겠다고 해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면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왕인문화축제가 영암군의 대표축제이자 문화행사로, 매년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올 왕인문화축제가 갈팡질팡한 상황은 민선8기 영암군정에 대한 신뢰도에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암군 관계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라 연기를 해서라도 축제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제는 축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며 “오늘 향토축제추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중지를 모을 계획이며 최종적으로 취소할 경우 군민들에게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