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후 다시 열린 송전선로 설명회…“소통” VS “백지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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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후 다시 열린 송전선로 설명회…“소통” VS “백지화부터”

용역과 충돌 속 재개된 설명회…양측 '입장 차'만 재확인
주민들 “주민 설명회는 요식행위…백지화 전 대화는 무의미”
한전 “추진 중인 국책사업 중단 못 해…대화로 합의점 찾아야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가 또다시 주민 반발 속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10월 17일 주민 반대로 파행된 지 12일 만에 재개된 설명회였지만, 주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여전했다.

한전은 29일 오전 10시 영암읍 트로트가요센터에서 송전선로 건설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설명회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설명회 시작 전부터 격렬한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는 신승철.손남일 도의원과 박종대 의장, 이만진.정선희 군의원 등이 참석해 주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설명회 개최 시간이 되자 입구에서 시위를 벌인 주민들이 설명회장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반대 투쟁복’을 착용한 주민들의 입장을 한전 측 용역이 제지하면서 고성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현장에 있던 의원들의 중재 끝에 주민들이 입장하면서 설명회가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끝내 진정되지 않았다.
 
■ 주민들, “노선 확정까지 해놓고 여는 주민설명회는 요식 행위일 뿐”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전 고지와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한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주민은 “사업이 시작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이제 와서 설명회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미 노선이 확정되고 송전탑 위치와 보상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주민 의견을 듣겠다는 건 보여주기식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다른 지역은 입지선정위원회 꾸리기 전부터 설명회를 열었다는데, 왜 영암만 배제했느냐”며 “한전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백지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업은 지역 발전이 아니라 광역 전력망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피해는 지역 주민들만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전, “기업 유치.RE100 등 지역에 이점 많아”
 
이에 대해 한전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주민대표를 지자체 추천을 받아 위촉하고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는 전남 지역의 전력망 안정과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접속, RE100 산업단지 유치 등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인프라”라며 “국책사업으로서 국가 전력 수급과도 직결돼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선 조정과 보상 강화, 환경관리 대책을 포함한 다양한 보완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일방 추진이 아니라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업 설명회는 결국 한전이 준비한 사업계획 자료조차 공개되지 못한 채 주민 항의와 설전 속에서 끝이 났다. 한전은 향후 별도 간담회를 통해 의견 수렴 자리를 모색한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백지화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송전선로 |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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