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재배 위해 벌 키웁니다"
하우스 작물 수정에 벌통 이용
아카시아 숲서 최상품 꿀 생산
벌꿀을 전문생산하는 양봉업자가 아니다. 하지만 벌에 관한한 전문가다. 수십년간 작물재배를 위해 벌을 키워왔고 벌에 관한한 ‘박사’란 말을 듣는다.시종면 내동리 김종렬(52세)씨다.
벌통(군)을 찾아가는 길엔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졌다. 벌통 30여개가 줄지어 놓인 곳은 아카시아 숲속이다. “지난 5월경 아카시아꽃이 만발했을 때 찾아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에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농부도 똑같은 말을 한다.
매년 5월이면 이곳 아카시아 숲에서 연중 가장 많은 양의 최상품 아카시아 꿀을 채집한다. 김씨의 아카시아 꿀은 향과 맛이 말할 수 없이 좋다. 꿀을 채집하자마자 인근 주민과 지인들에게 빼앗겨 버린다. 맛 좋고 품질 좋은 꿀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김씨는 꿀을 팔아 소득을 올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자신이 농사짓는 작물 풋고추, 수박의 수정을 위해서 하우스에 벌통을 놓아 수정을 돕는데 이용하고, 이웃들의 하우스에 벌통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그래도 한해 김씨가 생산하는 꿀의 양은 약 300ℓ, 약 15말 정도. 2.4kg 들이 꿀병 150병 정도나 된다.
꿀을 다량 생산할 목적을 지닌 양봉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설탕물을 쓸 생각은 아예 없다. 그렇다 보니 순수한 꿀, 품질좋은 꿀일수 밖에.
김씨는 기자가 지켜보는 동안 밤새 수박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벌통의 벌판을 갈아준다. “밤새 일하느라 벌들이 지쳐있고 약해져 있기 때문에 건강한 벌들을 섞어주어 회생시키는 겁니다”
훈연기로 연기를 피워 벌들을 잠시 마취시킨 후 벌통을 열고 벌판을 다루는 솜씨가 노련하다.
꿀보다 더 좋은 ‘로얄제리’와 ‘프로폴리스’도 소량 생산한다. 프로폴리스는 의약품인 항생제보다 1천배의 항생 효능을 지니고 있어 가정상비약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것 또한 채집하자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뺏겨 버린다.
김씨는 “꿀벌들의 생태는 너무 신비롭고 질서가 엄격하다. 꿀벌들은 인간들이 다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 없는 삶의 법칙을 지키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