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대 경영학과 교수
포퓰리즘 정책이란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가능성, 상식 등의 기본을 무시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집권하려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포퓰리즘을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고 겉모양만 보기 좋은 개혁,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당장의 국면만을 유리하게 이끌어내는 정책을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하고, 합리적인 정치·사회 개혁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획득 수단, 혹은 집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포퓰리즘’을 표만 생각하는 무분별한 수단이라 하여 ‘표퓰리즘’이라고도 쓴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표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어느 후보건, 어느 정당의 후보건 구별 없이 ‘복지 종결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갈 뿐이다”라고 했다. ‘표퓰리즘’이라는 물결을 따라 정신없이 흘러가는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죽은 물고기들’이고 지금 선거판에는 이런 ‘죽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우리 지역도 이런 ‘표퓰리즘 정책’의 논란에 가득 하다. 호남고속전철에 나주역을 설치해 10번 이상 정차하게 하겠다거나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만들겠다는 약속도 나온다. 지역주민의 표심을 노린 맹탕 공약에 자칫 고속철 노선이 이리저리 휜 지렁이 노선으로 변할 판이다. KTX가 기존 선로로 우회할 경우 시간은 45분이 더 걸린다. 300킬로미터 고속선이 150킬로미터 일반선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호남권 승객 입장에선 철로 위에서 45분 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왜 호남고속철을 건설하려 하는가? 지역경쟁력 확보를 위해 목포-무안공항-송정을 경유, 수도권에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가장 빠른 철도교통을 통해 소외된 우리 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그 본질은 이제 ‘표퓰리즘’ 앞에 실종된 느낌이다. KTX 나주역 경유, 서대전역 경유 등의 주장은 논란만 키워 중앙 정부의 소극적 지원을 부채질하고 궁극적으로는 사업 차질, 개통 지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게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면 정부가 3월 중 노선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기존선 활용 쪽에 무게를 둬온 정부 입장에서는 여론 분열이 호재며, 이를 빌미로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발표를 미루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라고 할 수 잇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을 가져온 분들은 책임질 수 있을까?
공약(pledge)은 계약(contract)이 아니다. 선거에서 약속한 것은 계약처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집권하면서 실천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책임지는게 아니고 변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공약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 돌이켜 보면 많은 후보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자니 공약을 남발하게 되었고 당선 후 이를 그대로 실천하자니 능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변명한다. 그게 데자뷰 처럼 익숙한 상황으로 반복되는게 우리 현실의 지방선거였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벌써 무상버스 공약이 나왔다. 수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6·4 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과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의 공약(公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주로 대책 없는 복지관련 공약이거나 거대 개발 공약 등이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이나 강원 태백의 오투리조트, 용인 경전철처럼 무책임 공약은 지자체를 파산 위기로까지 내몰고 말았다는 사실을. 이런 사업에 낭비된 비용은 결국 유권자들이 낸 세금이다. 지방선거 공약은 ‘삶의 질’ 및 지역 경쟁력과 직결된다. 유권자들이 ‘공약=세금’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 잘못하면 폐해가 당대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에까지 미친다. 다행히 우리 지역 영암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무책임한 ‘포퓰리즘’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만이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부터 우리지역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crose@db.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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