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무화과' 神話 일군 故 박부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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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무화과' 神話 일군 故 박부길 선생

'무화과 용기재배법' 개발 변만호 연구관

'전남 농업을 빛낸 사람들'에 영암 무화과 '어제' '오늘' 일군 2人 수록
이낙연 전남도지사, 인물선 수록 70인에 공로패와 스토리북 전달식 가져
전남도는 지난 3월31일 도청 왕인실에서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 스토리 북 발간을 기념해 '인물선'에 수록된 70명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공로패와 책자 전달식을 가졌다.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1945∼2015)은 광복 이후 어려운 여건에서도 창의적인 사고, 불굴의 의지로 전남 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농업 및 지역사회 기여도, 신기술 개발 또는 새로운 시도 등의 선정 기준에 따라 전·현직 농정국장과 외부 전문가, 집필진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통해 철저한 검증과 논의과정 등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특히 영암 출신으로는 '영암 무화과'의 신화(神話)를 만든 주인공인 故 박부길 삼호농협 초대 조합장과 영암 무화과의 이미지를 '겨울에도 좋은 과일'로 바꾼 전남농업기술원 변만호 연구관(공로연수중)이 포함됐다. 영암군의 산업지도를 바꾼 무화과의 '어제'와 '오늘'을 일군 두 주인공이 나란히 선정된 것이다.
'영암 무화과' 신화를 일군 선각자로 소개된 故 박부길(1941∼1973) 선생은 1964년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농업에 투신해 1969년 '전남 새 농민상'을 수상할 정도로 농업에 열정적이었다.
삼호농협 초대 조합장에 취임한 뒤 외국에서 새로 발견한 무화과 품종인 '마쓰이도우핀'이 삼호지역 환경에 적절하면서도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인물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땅에서 볼 수 있었던 무화과는 작고 당도가 낮은데다 맛이 떫어 일반적인 과일로 활용되지 못하던 때였다. 더구나 영산강과 영암호에 둘러싸인 삼호지역은 당시 만해도 뚜렷한 특산물도 없었다.
반면 박 조합장에 의해 보급되기 시작한 무화과는 가지만 꺾어 꽂으면 금방 뿌리가 나는데다 병충해에도 강해 유리한 점이 많았다. 터키를 비롯한 지중해지역이 원산지인 아열대식물 무화과는 지중해지역과 기후가 비슷한 삼호지역에서 특히 잘 자랐다. 노지에서 농약도 하지 않는 작물이었으니 효자작물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른 곳에서 따라 심어도 제대로 크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삼호지역에서 생산된 무화과는 부러움을 넘어 질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 팔렸다. 故 박부길 선생 한 사람의 열정이 고향의 산업과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러나 故 박부길 선생은 그토록 정성들였던 무화과 첫 수확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 해 부인 최금자씨는 '전국 새 농민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 삼호농협은 그를 추모하는 비석을 세웠다. 그의 유시가 적힌 비석에는 '어느 산 비탈길에서/ 무거운 지게 짐에 눌려 쓰러진다 해도 / 이 길이 조국과 농민과 영광에의 길이기에 / 나는 이 길을 택하노라'고 쓰여 있다.
'겨울에도 과일이 좋은 풍성한 전남을 만든 사람'으로 소개된 전남농업기술원 변만호 연구관은 '겨울에도 좋은 과일'을 늘 궁리해온 끝에, 지난 2000년 적절한 원예용 상토가 든 상자에 무화과를 심고 특별한 배양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면서 하우스의 온도를 맞춰주는 매뉴얼을 개발했다.
5년여의 시간이 걸려 개발된 이 '무화과 용기재배법'으로 초봄에 생산된 무화과는 초가을에 생산된 것보다 10배 가격에 판매됐다. 더 부드럽고 당도도 높았다. 동해(凍害)에 유달리 약한 무화과의 이미지를 '겨울의 과일'로 바꿔놓은 것이다. 연료비 부담이 있기는 하나 1년에 두 번 수확하는 2기작 재배도 가능해졌다.
변 연구관이 개발한 '무화과 용기재배법'은 수확시기를 조절하는 이로움 뿐 아니라 밀식(密植)으로 인한 단위면적당 수확량 증가도 주목할 만 했다. 이로 인해 무화과는 한 해에 삽목(揷木)부터 수확까지 가능한 작목이 됐다. 육묘(育苗)기간이 30일 가량 짧아졌기 때문이다. 아열대 과일이어서 땅 온도를 섭씨 13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용기재배법은 이를 해결하기 좋은 방법이었다. 섭씨 16도인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전열(電熱)온상 등으로 하우스의 온도를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변 연구관이 개발한 '무화과 용기재배법' 매뉴얼은 현재 특허등록되어 영암 삼호읍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몇 해 전부터는 무화과 용기재배법에 필요한 배양액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시작, 3년 연구와 시험 끝에 '과실 상자재배용 양액조성물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특허등록을 할 수 있었다.
변 연구관의 노력은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에게 생소했던 무화과를 생활속의 과일로 만들었다. 그 성과는 인류가 당면한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겨내기위한 노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변 연구관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전남농업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것이다.
변 연구관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온난화 또는 기후변화라면 이를 역으로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 늘 강조했다.
한편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이날 전달식에서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에 선정된 한 분 한 분이 걸어온 길이 전남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가 됐다"며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수많은 실패도 했겠지만 결국 한국농업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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