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멈추니까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때론 충격이고 때론 통쾌하다.
세계 최강 미국은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광환(光環 태양을 둘러싼 외곽의 빛)처럼 생긴 0.1μm 크기의 바이러스에 '국가'는 처참히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 때 우리가 내뱉었던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대륙 전역에서 들린다. 복지국가의 롤 모델 유럽 각국도 치솟는 사망률에 허둥댄다. 의료기반이 약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국은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에 이어 코로나19가 일치감치 창궐했던 우리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해선 세계 각국의 찬사가 쏟아진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겨야겠다는 일념뿐인 자칭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만이 예외일 뿐 국민 다수도 '잘 한다!'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멈추니 적나라하게 드러난 진실들에 대해서까지 애써 색칠하고 왜곡해야 하는 이들의 생고생이 참 애처롭다.
멈추니 새삼스레 드러난 적나라함은 어쩌면 평소 우리가 몰랐던 소중함이다. 코로나19로 중국이 공장가동을 멈추자 올 봄 미세먼지가 10분의 1로 뚝 줄었다. 인간의 움직임이 줄다보니 멸종된 줄 알았던 동·식물종이 다시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오히려 교제에 들어가는 커플수가 늘어난단다. 출생률까지 덩달아 늘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제 세계는 코로나19 발병 전의 상태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앤서비 파우치 소장의 말이다. 코로나19 발병 전 삶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의 삶이 전혀 다를 것이라는 말이다. 실감이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7080세대들의 삶의 단층을 달라지게 만든 'IMF사태'를 연상하면 쉽겠다.
코로나19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환경파괴에 수반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19보다 훨씬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을 멈춰 세우자 자연은 더 깨끗하고 건강해졌다. 묵묵히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방역의 최 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영웅들의 미담이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우리의 삶은 이처럼 깨끗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묵묵히 제소임을 다하는 이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고 그에 합당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지지하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