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어느 퇴직 공직자의 이루지 못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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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어느 퇴직 공직자의 이루지 못한 꿈

"홀가분합니다.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은 듯합니다. 이젠 늦잠을 자도 되고, 출근인사를 안 해도 되고, 헛웃음을 짓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좀 서운하기는 합니다."
6·1 지방선거에 영암군수 출마를 위해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동호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소회가 가슴을 울린다. 지난해 6월 말 35년 공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무리 한 그의 꿈이 일순간 무너져 내렸을 때 느꼈을 허망함에 다소나마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껏 좀 힘들었습니다. 어색하기도 했고요. 해 뜬 날 도롱이를 걸친 격이었습니다." 지금껏 1년 남짓, 정치 초년생이 겪었을 말 못할 고민은 얼마나 많았을까? 숱한 정치꾼들의 달변 뒤에 숨은 진의를 확인했을 때 느꼈을 실망과 좌절은 또 어떠했을까? 해 뜬 날 도롱이를 걸쳐야 했던 민망함은 어떻게 견뎠을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슨 자리만 탐하지 말고요. 신뢰와 믿음, 신의와 성실을 떠난 거짓과 속임은 그만해야 합니다. 버릴 건 버려야지요. 특히 거짓말, 약속과 말 바꾸기를 숨 쉬듯이 하면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가치가 추돌하기 때문입니다. 뭐 세상살이가 진흙탕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도 다니다 보면 좋은 분들을 만나고, 뿌리 찾기까지 됩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잘들 살라고 하십니다. 고맙습니다." 남은 공직생활을 2년 먼저 정리한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만나는 일조차 꺼려지던 지난해 영암 관내 전체 마을을 일일이 찾아 '새로운 꿈'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공천심사가 한창일 땐 이른 새벽 영암의 '뚝방길'을 샅샅이 답사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한 너무 짧은 작별인사여서 먹먹하다.
지금 자리에 다시 짓기로 한 영암경찰서 신축문제에 대해 그는 외곽으로의 이전과 현 위치는 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영암읍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복원 및 문화관광자원으로의 활용을 제시했다. 폐허가 되어가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 대해서는 군립요양원으로의 활용을 생각했다. <영암군민신문>이 만난 전동호는 이처럼 지역의 현안 하나하나에 마땅한 해답을 찾아냈다. 당연히 이를 공론화하는 일은 우리의 책무였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미안하다.
"영암의 꿈이 희망으로 가득하도록, (군민) 한 분 한 분의 생각이 우리의 미래가 되도록, 뜨거운 가슴을 다시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치꾼은 다가오는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다가오는 세대를 생각한다 했다. 부디 그의 꿈이 '일단 멈춤'이기를 바란다. 앞으로 4년 '거짓과 속임'까지 분별하는 지혜까지 갖추길 바란다. 지난 8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고향 영암을 변화시켜주길 고대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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