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 영암군, 지역경제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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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빠진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 영암군, 지역경제 효과 있을까?

사양길 접어든 수제맥주 시장
군, 내년 시판 목표 양조장 설립

혈세 축내는 애물단지 전락 우려
타 시·군 모방 아닌 지역 특색 사업 필요

영암읍에서 열린 달빛축제에서 영암 수제맥주 시음회를 진행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영암군이 수제맥주 시장이 침체해 대형 양조장들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년 시판을 목표로 양조장 설립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암군은 수제맥주 생산설비 총 20억 원 중 ‘2024년 농촌자원 복합산업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예산 10억 원을 확보해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온 영암읍 회문리의 정부양곡창고인 대동공장을 리모델링 후 수제맥주 제조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수제 맥주 양조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기여하는 등 지역 활력 거점시설로 활성화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던 수제맥주 양조장과 판매장이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지역명이 들어간 수제맥주가 열풍이 불었었던 시절과 달리 팬데믹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실에 군민들은 걱정의 목소리만 커지는 상황이다.

지역명이 들어간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 각 지자체는 서로 나서 원재료를 빼고 지역 특산물을 첨가했고, 그 결과 제품 퀄리티가 떨어지는 등 수제맥주 고유의 맛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잊혀지고 피로감만 남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민선 8기 영암군은 지역 농특산물로 만든 수제맥주를 육성하기 위해 생산시설과 설비 구축 등에 10억 원을 투입, 영암 여행과 관광의 맛을 더해줄 지역 대표 맥주 제조를 본격 추진해 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수제맥주는 제조 장비가 고가이고 공장시설 비용 및 시음장 시설 비용 등을 고려하면 최소 20억 원 이상은 필요한 사업이나 지자체에서 소액의 지원금만으로 소규모 양조장을 난립시키면서 시장 침체기에 부실 업체를 양산하고 맥주 품질도 저하하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수제맥주 1호 상장사였던 제주맥주 역시 경영난으로 매각에 나서는 등 지역의 특색 있는 양조장들도 실적 저하가 뚜렷한 마당에 뒤늦게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든 영암군이 지역 관광상품의 효자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 미심쩍다.

영암군이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축제를 모방하는 사업인 만큼 사업의 타당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의욕만 앞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수제맥주 사업이 지역 혈세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략하는 게 아니냐는 주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암군은 수제맥주 개발을 위해 개발 용역비 1800만 원을 투입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용역사와 영암 특산물을 활용한 ‘늘찬맥’ 수제맥주 시음회에서 원료의 향을 머금으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청년~노년층의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하지만 시음에 참여한 젊은 세대는 “맥주 맛이 가볍고 밍밍하다. 향미가 살아 있긴 하지만 기존 발매된 수제맥주와 별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팬데믹 당시 혼술, 홈술이 유행하며 수제맥주 시장을 키웠던 MZ세대가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트렌드에 주목하면서 수제맥주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 수제맥주 관계자는 “수제맥주라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이름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협업 브랜드와의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고유의 경쟁력이 없으니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하이볼 등 대체재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수제맥주 산업이 하향길에 들어섰음에도 수제 맥주 양조장을 맥주 생산과 시음·체험은 물론이고, 문화공연장 등으로 활용해 농산물과 2차 생산품, 관광이 어우러지는 6차산업 공간으로 꾸민다는 군 정책 방향은 냉정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양조장 시설 및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용역사의 직업교육 훈련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수제맥주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성공전략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제맥주가 젊은 층에게 외면받은 시장에서 직업교육 훈련을 통해 수제맥주 제조 기술을 전문가로부터 직접 배운 후 창업해 자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므로 영암군의 예산확보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영암군이 20여억 원의 거액을 투입해 야심차게 출발한 수제맥주 사업이 '김 빠진' 주류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주민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수제맥주 | 양조장 설립 | 영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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