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명 관람객 찾아 축제 즐겨
축제를 주최·주관한 영암군과 영암문화관광재단은 올 축제에 대해 “낮에 밤을 더해 시간을 넓히고,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상대포까지 공간을 확장했으며, 왕인박사 인물에 49개 콘텐츠를 가미한 ‘시·공·콘(時·空·CON) 초월’ 행사로 관광객들의 찬사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개막식에 이어 야간에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상대포까지 진행된 왕인박사 테마 퍼레이드 ‘미래를 향한 발걸음’과 상대포 실경산수공연 ‘월인천강 & 불꽃놀이’는 영암의 밤을 밝히며 축제에 빛을 더했다. 상대포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관람하는 ‘낙화유수’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추억을 선사했고, 다양한 세대가 밤까지 영암군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든 ‘MZ 밤마실존’ 등을 비롯해 LED 조명을 이용한 ‘왕인네온거리존’도 봄축제의 깊이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영암군은 특히 올 왕인문화축제가 ‘혁신의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야시장이 차지했던 축제장 입구에 주차장을 마련해 관광객들의 교통편의를 높이고, 통행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또 영암 농특산물을 가공한 수제막걸리와 수제맥주가 현장에서 완판됐고, 축제에 맞춰 출시한 모자 티셔츠 머그컵 물병 등 50종의 관광굿즈도 일부 품목이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이번 축제기간 고르지 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6만여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축제장을 다녀갔다며, 성공적인 축제였다고 주장했다.
아쉬운 벚꽃 개화기 예측실패
올 축제는 처음으로 3월로 앞당겨진 축제였다. 2007년 열린 제11회 축제와 지난해 열린 제24회 축제가 각각 3월 31일과 3월 30일부터 시작한 적은 있으나 그래도 4월까지 이어진 바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의 여파가 심각해짐에 따라 올 축제를 아예 3월로 옮겨 개최한 것이다. 하지만 잦은 강우와 들쭉날쭉한 기온 때문에 축제기간 벚꽃은 만개하지 못했다. 올 축제를 찾은 관람객이 고작 16만명에 그친 것도 그 영향이다. 이는 비단 올 축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축제 개최시기와 벚꽃 개화일정을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특히 벚꽃은 축제와 결코 떼어내기 어려운 관광자원인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관람객 16만명은 영암군이 지난해 축제장을 찾았다고 집계해 공식 발표한 89만명과 비교하면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축제 관광객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요구해 부풀림 없이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렇더라도 관람객 16만명은 너무 적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관람객 집계가 주먹구구식이자 과도한 부풀리기의 결과였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씁쓸하다. 더구나 축제기간강우와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돌풍 등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올 축제 예산(15억 원)이 작년 예산(9억5천만 원)에 비해 58%가량 증액됐음을 감안하면 가성비 측면에서도 매우 부실한 축제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역할 아쉬운 영암문화관광재단
올 축제는 영암군과 영암문화관광재단, 향토축제추진위원회 등이 주최 주관했다. 특히 영암문화관광재단은 앞으로 축제를 전담해 개최하게 될 기관이다. 하지만 올 축제를 주최 및 주관하는 기관 또는 단체가 많았던 만큼 문제도 많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매년 축제 때마다 똑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꿔 올해도 반복되면서 지역적인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과시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엄연히 축제전담부서로 영암문화관광재단이 지정되어 있음에도 축제 대행사 선정은 왜 한 것인지, 군청 관광체육과는 영암문화관광재단이 있는데도 변함없이 축제 준비에 노심초사해야 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영암군은 뒤늦게 영암문화관광재단에 축제 전담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암문화관광재단은 그동안 축제 전문가도 없이 축제를 주관했음이니 어이없는 일이다. 향토문화의 진흥 및 관광 개발 등에 최적임자라며 채용한 영암문화관광재단의 대표이사는 그동안 축제를 위해 무슨 준비를 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영암문화관광재단 운영이라면 축제전담기관으로 발돋음하는 일이나 영암군의 문화관광 컨트롤타워가 되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축제 성공개최와 재단 활성화는 이제 같은 숙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