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 경제 자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영암군은 2007년부터 영암사랑상품권을 도입해 왔다.
영암사랑상품권은 코로나19 등 침체된 소비 심리 속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구심적 역할을 수행해오며 지역상권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허나 행안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영세 소상공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취지로 작년 5월 상품권 사용처를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했다.
정부 발행 지침이 영암군에서는 8월 21일부로 시행되면서 각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상품권 이용이 불가하게 돼 농협마트가 아니면 마땅히 장 볼 곳이 없는 면 단위 지역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로 생필품 하나 사러 읍까지 차를 타고 나와야 하는 등 애먼 주민들만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다.
■ 입지 잃어가는 영암사랑상품권
2007년 도입 후 매년 상승해 오던 영암사랑상품권 판매액은 2021년 약 587억원, 2022년 약 599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600억 이상 발행을 기대했으나 8월부터 하나로마트 등 사용처가 막히면서 2023년 판매액은 직전년 대비 약 190억원 감소한 408억원을 기록했다.
감소세는 올해까지 이어지며 이번 상반기에는 판매액 약 146억원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판매액은 2022년 599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큰 폭으로 판매액이 줄고 있는 것은 30억 초과 사업장에는 농협 하나로마트뿐 아니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대기업 이름을 단 주유소에서도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영암사랑상품권 사용처 1위는 마트(73억원), 2위가 주유소(57억원)였다. 규제 후 마트와 주유소는 올 상반기 결제액이 둘 다 10억 대로 급락했다. 즉, 영암 주민들이 영암사랑상품권으로 가장 많이 이용했던 두 사용처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농협 관계자도 우려를 표했다. 영암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군민분들이 지역상품권으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상품이 소고기 같은 육류고 하나로마트 개설 이래 축산 코너 매출이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는데 23년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가공품들의 경우 온라인으로 많이 주문해 매출이 줄 수 있지만 육류 같은 1차 제품 매출이 줄어드는 건 지역 소비 침체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전했다.
■ 취지에 역행하는 지역화폐
영세 상권을 위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지침에 소규모 농가들까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로 하나로마트에서 상품권 사용이 막히면서 지역 농민들의 판로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던 로컬푸드에서도 상품권을 이용한 결제가 막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었다.
영암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에 대파, 당근 등을 납품하는 A씨는 “나 같이 나이가 많고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로컬푸드에만 납품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는데, 작년 말 상품권을 못 쓰게 되고부터 매출이 반이나 줄었다”며 “지금 매출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다른 판로를 찾아야 하는데 고령층에게는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정부의 규제로 영암 뿐 아니라 대다수의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정부 지침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의원은 제22대 국회 첫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을 질타했다.
서 의원은 “농어촌 주민의 정주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정부의 탁생행정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주민이 조합원이고 조합원이 주민인 농어촌에서 조합이 운영하는 농협을 이용할 수 없다면, 주인이 자기 가게를 이용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