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출생하고 무사히 등록될 권리
검색 입력폼
 
특별기고

안전하게 출생하고 무사히 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최병용 도의원
지난해 수원에서 30대 친모가 2번에 걸쳐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으로 유사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유령아동’의 존재에 대해 알게되었고, 이 비극이 꽤나 오랫동안 존재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령아동’, 일명 그림자 아동으로도 불리우는 이 아이들은 그 존재를 세상에서는 알길이 없서 방치된 아이들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주변의 축복속에서 탄생을 알릴 것 같지만 적지않은 아이들이 태어난 흔적도 없이 살아기도 하고 또 사라져 가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년간(2015~2022년) 출생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않고 임시 신생아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249명의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수원 영아 냉장고 유기 사건도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않은 영유아 23명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우리 사회 아동인권의 사각지대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이 충격적인 결과로 인해 정부에서는 ‘출생통보제’를 전격 도입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생일과 이름도 없는 아동의 희생을 치르고서야 아동권리 보장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되었다.

부모의 의무, 출생통보제

출생통보제란 출생신고의 의무를 부모에게 부여하되 국가가 부모의 이행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실시하는 제도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출생에 대한 신고를 게을리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동안 출생신고 확인 절차를 마련해 놓지않은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시도이다.

출생 등록은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권리이다. 아이는 출생등록을 통해 비로소 성명권과 국적취득이 가능하며, 건강보험부터 의무교육까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출생통보제 실시로 인해 적어도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출생 등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아닌 병원 밖에서 출생한 아동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유기 아동이 연간 1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출생통보제로 병원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됐지만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어린 미혼모와 같은 임산부에게는 오히려 병원에서의 출산을 꺼리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출산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도 시행한다.

위기 임산부와 아동을 위한 보호출산제

보호출산제는 여러 사정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위기 임산부가 가명(익명)으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 통보까지 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출생통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산모와 출생아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이 제도에 대해 다른 한편에서는, 장애아 유기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위기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고려하기 전에 직접 아동을 양육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도 진행한다.

보호출산제에 관해 명시하고 있는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전라남도의회에서도 필자가 대표발의하여 위기 임산부를 보호하고, 위기 아동을 지원하는 「전라남도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영아 살해ㆍ유기 사건으로 ‘유령아동’실체를 알게 되었고 이면에 위기 임산부의 문제도 함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됐다. 이를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됐지만 이들에 대한 어려움을 한방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방패막일지언정 위기상황에 처한 이들이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갖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보호 시스템을 하나 둘씩 마련해간다면 그때는, 유령아동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오래된 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키워드 : 보호출산제 | 유령아동 | 출생통보제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