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비극을 막으려면
검색 입력폼
 
특별기고

간병살인, 비극을 막으려면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 강성휘 원장
“간병살인 40대 징역 6년 선고”, “친모·친형 태운 차량 바다에 빠트려 살해 본인만 구조돼” 지난 11월 5일 자 지역신문 기사 제목이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오랜 기간 병간호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김씨는 지난 6월 9일 전남 무안의 한 선착장에서 70대 어머니, 50대 친형과 함께 탄 차량을 고의로 바다로 돌진시켜 어머니와 친형을 숨지게 했다. 김씨는 사고를 목격한 주민이 차창을 깨고 구조하면서 목숨은 건졌지만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미혼인 김씨는 15년가량 병간호하던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고, 몇 해 전 직장까지 잃어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신변을 비관해 사망한 형과 공모한 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오랜 기간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큰 부담이 됐더라도, 생명을 함부로 박탈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인륜을 저버리는 중대범죄를 저질렀지만, 다른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자신도 평생을 후회와 자책하며 살아갈 것으로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최근 무안의 사례 외에도 장애인 자녀를 오랫동안 돌보다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20대 아들이 뇌졸중 후유증을 앓던 50대 아버지를 숨지게 한 사건, 뇌경색으로 장기간 투병 중인 아내를 살해한 사건 등 비극적 간병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치매인구와 독거노인이 늘고 이에 따른 간병수요, 돌봄수요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결과 간병살인, 간병파산, 무연사회, 표류노인, 독박돌봄 등의 단어도 흔히 듣는 단어가 되고 있다.

간병살인은 오랜 간병 생활에 지친 간병인이 피 간병인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위생과 의학의 발전 결과 사람의 연명이 개선되면서 동시 그만큼 환자가 고통을 겪는 시간 또한 늘어났다. 문제는 환자만이 아니라 돌보는 간병인도 같이 고통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 간병은 간병인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직장이나 학업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입원비, 약값 등 치료비, 식비 등도 소모되기에 금전적 문제가 가중되어 간병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장기간의 병원비와 간병비로 인한 파산 위험은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다.

간병 가족 구성원 간 소통 부재 또는 갈등으로 인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부담은 배가 되고, 장기간 환자를 돌봐야 하기에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들게 된다. 무안 사례에서도 취약가구 장기 간병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치매나 중증 질환 등으로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가족으로 인해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간병살인, 간병파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적극 시행되어야 한다.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본인 부담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적극 확대하고,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개인별 상한금액(2023년 기준 87만~78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이 금액을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제 확대가 필요하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돌봄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간병비 지원 정책과 지역사회 중심의 재가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전면 시행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간병파국을 예방해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과 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도 필수적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몇 달, 몇 년, 혹은 수십 년에 걸친 간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간병인, 돌봄인력의 양성과 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외국인력 도입도 불가피하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인구는 1,0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7%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로 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초고령사회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간병파산, 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적인 파국을 피하려면 개인과 가족의 독박 간병, 독박 돌봄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간병살인 | 생활고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