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내세운 '기찬밥상'…동네 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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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노인 일자리 내세운 '기찬밥상'…동네 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복지와 지역 경제, 두 가치 충돌 속 ‘자영업자’고사 위기
노인 일자리 창출 성과 미흡… 지역 상권 흔든 ‘반쪽 정책’
기찬밥상, 주말.휴일 ‘휴무’…방문객 불편 군정은 ‘외면’
‘기찬밥상’ 단기 성과보다 지역 상인 상생방안 마련 시급

영암군이 복지라는 명분 아래 추진하는 정부의 ‘시장형 사업단 인프라 지원 공모사업’인 '영암 기찬밥상'으로 인해 인근 식당들은 현저하게 손님이 감소하는 등 또다른 사회적 약자인 지역 자영업자에게는 생존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재원을 기반으로 급식, 도시락, 세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형 사업단이 영암군에 생겨나면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지역 자영업자들은 “가격 경쟁조차 불가능한 구조로 운영되는 사업은 공정 경쟁이 아닌 생존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찬밥상이 '지역 상권 공동 침체' 등 지역 영세상인을 압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수치만 바라보고시행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영암군이 추진 중인 고령자 일자리 창출형 공공급식 사업인 영암읍 ‘기찬밥상’ 1호점이 지역 상권과의 마찰 속에서, 삼호읍 상권 인근에 2호점이 입지될 경우, 기존 영세 자영업자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기찬밥상’ 단기 성과보다 자영업자 상생방안 마련 시급
 
“군이 매년 수십 명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자평하는‘기찬밥상’은 추진 당시 정작 지역 상가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는 거치지 않고, 공공이 나서서 민간의 밥그릇을 뺏는 꼴이 됐다는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일각에서는 “공공급식소의 운영 방식을 개편해 지역 식당들과 협업하여 점심이 아닌 틈새 시간대 운영 및 특정 취약계층에 한정한 이용, 주말.휴일 영업개시 등의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 고정 수요층인 공무원 및 일반 직장인, 주민들이 가격이 저렴한 ‘기찬밥상’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영세 식당의 운영난이 가중되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장기적인 지역경제 생태계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암읍 거주 상인 A씨는 “우리도 지역에서 세금 내고 장사하는 주민들인데, 군이 공적 자금을 투입해 경쟁업체처럼 식당을 운영하는 셈”이라며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면 지역 상권과의 협의 속에 진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군이 뚜렷한 상생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찬밥상 영암읍 1호점에 이어 삼호읍에 2호점 확대를 검토 하고 있어 행정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에만 매몰되어 지역경제 붕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 성과 미흡…지역 상권 흔든 ‘반쪽 정책’
 
영암군이 공적자금을 투입한 노인 일자리 사업 ‘기찬밥상’의 정책 핵심 목표인 일자리 창출에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지역 자영업자들의 생존권만 위협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암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노인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더니 정작 일하는 사람은 소수고, 그마저도 단시간 임시직에 불과하다”며 “결국 주변 식당들만 문 닫게 생겼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결과 기찬밥상의 실제 종사인원 11명 중 조리사는 8명(일부 1일 8시간), 주차 요원 1명 및 홀서빙 2명(1일 2~3시간) 근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기찬밥상’운영 인력은 조리 보조 및 주차, 서빙 등을 포함해 소수의 노인 인력에 한정돼 있어 실제 고용 창출 효과는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기찬밥상’은 당초 노인 20명 고용을 목표로 했지만 식재료 가격 상승과 운영비 증가로 현재는 고용 목표에 크게 미치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인식하는 ‘기찬밥상’의 이미지와 실제 운영 상황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 복지와 지역경제, 두 가치 충돌 속 ‘소상공인’고사 위기
 
‘기찬밥상’은 노인복지라는 명분과 실효성을 동시에 담고 있는 정책이지만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 앞에서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실제 읍내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박 모씨는 “이제 점심 장사를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라며 “한 끼 8,000원이면 원가도 안 되는데, 우리는 인건비.임대료 다 부담하면서 어떻게 버티느냐”며 “공모 사업 아래 일하는 분들도 군민이지만, 그 사업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도 군민이다”며 하소연했다.

이처럼 군이 단기적인 정책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 급식시설이 민간의 밥그릇을 뺏는 꼴이 되어 자영업자의 생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에 군이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찬밥상이 어르신 복지라는 원래 취지를 지키면서도 지역 경제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선 말뿐인 '상생'이 아닌, 정책과 예산.행정이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 마련이 영암군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기찬밥상, 주말.휴일 ‘휴무’…방문객 불편에 군정은 ‘외면’
 
영암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찬밥상’이 정작 주말에는 운영되지 않아 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정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읍내권 및 관광지 인근 운영점포 대부분이 주말에는 문을 닫는 현실에 주말이면 ‘밥 한 끼 해결할 곳이 없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공공형 급식모델인 기찬밥상 또한 운영일이 평일에만 한정되어 있어 주말.휴일 관광객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군이 주말에 문 여는 상가를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영암읍 및 학산면 ‘독천낙지거리’ 음식점 등 13곳에 주말 영업을 조건으로 월 5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보조금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기찬밥상'이 단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급식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주말 이용자를 고려한 관광.외식 인프라와 연계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기찬밥상 | 자영업자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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