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톤 가량 서울 부산 인천 등 출하… 연간 5억 가량 고수익
삼호읍 산호리의 ‘영농조합법인 에덴동산 무화과’ 대표인 김선호(60)·황경숙(55)씨 부부는 요즈음 낮과 밤이 바뀌었다.
영산강 간척지를 활용해 만든 1만여평 규모의 농장에서 밤 8시께부터 밤새 무화과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암 무화과는 이곳 삼호읍을 중심으로 전국 생산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의 특화·고소득 작목이자 지리적표시제(제43호) 품목으로 등록된 전남지역 대표 브랜드다.
하지만 올해는 냉해로 인한 피해가 자못 심각하다.
영암군의 조사결과 모두 279농가가 153.8ha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상에 피해가 났다고 보아야 한다.
이 때문에 내달 25일께면 노지 무화과가 출하되기 시작하겠지만 수확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암지역의 올 무화과 생산량이 최고 70-80%까지 줄 것이라고 보는 농민들이 나올 정도다.
전국적인 무화과 주산지인 삼호읍이 이런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에덴동산 무화과 농장이 진즉부터 무화과 수확으로 바쁜 이유는 바로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무화과 재배 때문. 사상 최악이었다는 올 냉해에도 끄떡없이 예정대로 무화과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에덴동산 무화과는 저희 부부가 1년 내내 시설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식처럼 보살핀 끝에 얻어진 수확입니다. 그만큼 농부의 정성이 담겨 있고, 육즙과 당도가 풍부하고 좋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이라고 자부합니다.”
김선호 대표의 자랑이다.
실제로 김씨 부부는 올해 시설비로 3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시설하우스 곳곳에 흠결은 없는지, 무화과에 병해충은 없는지 살피느라 그야말로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분주하게 보냈다. 시설하우스 재배인 만큼 하우스 내에 작은 해충 하나라도 들어와서는 전체 농장의 수확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선호 대표는 “시설하우스에 무화과를 재배하려면 쉽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기술력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시설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품질 좋은 무화과 수확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에덴동산 무화과는 솔직히 우리 부부가 생명을 걸고 키운 자식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서울 양재동의 하나로클럽에 고정 납품해왔고, 올 들어서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인천 등지로 출하할 수 있게 된 것도 이처럼 철저한 품질관리 덕택이었다.
에덴동산 무화과 농장의 무화과 수확이 밤8시면 시작되는 이유는 시설하우스 안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점과 무엇보다 무화과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출하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내달 중순쯤이면 노지무화과가 본격 출하되기 때문에 가격은 그만큼 하락할 것이라는 점에서 요즘이야말로 집중적으로 출하를 해야할 시기다.
올해로 시설하우스 무화과 수확 5년째인 김선호·황경숙씨 부부가 한 해 무화과로 얻는 수익은 대략 5억원대 안팎.
특히 올해는 냉해 때문에 가격이 거의 폭등한 수준이어서 노지재배농가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수익이 제법 짭짤할 것 같다는 ‘대박’ 예감도 든다.
실제로 현재 출하되는 무화과 시세는 8kg 당 7만원대.
에덴동산 무화과 농장에서는 현재 하루 8kg짜리 박스 100여개씩이 수확, 출하되고 있다. 하루 300-4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노지무화과는 서리가 내리면 수확이 끝나는데 비해 시설하우스인 에덴동산 무화과 농장의 수확작업은 눈이 내릴 때까지, 적어도 오는 12월15일까지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설하우스는 무화과 재배의 대체기술로 확인되고 있다.
“노지에서 재배한 무화과 수확은 아마 8월25일께가 되면 본격화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냉해가 워낙 심해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본격적인 수확을 막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서리가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확을 끝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수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고요.”
그렇다고 무화과 시설하우스 재배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용문제가 그것이다.
“시설하우스를 설치하는데 만 평당 1만원정도가 소요됩니다. 3년 단위로 시설을 교체해주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3천여만원 정도가 시설비로 들어간다고 보아야 합니다. 노지의 경우 시설비로 1만원이 소요된다면 시설하우스의 경우 그 3배인 3만원가량 소요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설하우스를 활용한 무화과 재배가 냉해 등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고, 수확시기가 길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투자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는 행정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선호 대표는 “시설하우스를 소규모로 하는 경우 소규모 유인방제기나 환풍기 등을 시설하면 되지만 에덴동산 무화과 농장처럼 대규모로 할 경우 시설비가 막대하다”면서 “무화과가 영암의 특화작목이자 전남의 대표작물인 만큼 행정당국이 시설비를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빨리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성 기자
무화과는
서양에선 ‘스태미너 식품’동양에서는 한약재로 쓰여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여성 파라오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했다는 ‘신비의 과일’이다.
고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과 로마시대 검투사(글래디에이터)의 스태미너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동양에서는 소중한 약재로 쓰인 과일이다.
기온이 높고 습한 아열대지방에서 잘 자라는 무화과는 뽕나무과에 속하며 원산지는 서부아시아 카리카(carica) 지방이다.
주요 산지는 미국 켈리포니아주와 지중해 연안, 국내는 전남 영암과 제주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이시진(1518-1593)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 의하면 ‘단맛이 있는 무화과는 막힌 속을 뚫어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개위(開胃)작용이 있으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무화과는 5가지 치질과 인후통을 치료한다.
대략 무화과의 약성은 ‘3항3협’으로 요약된다.
3항의 으뜸은 항산화효과로, 노화와 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앤다고 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등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최근 몇몇 과일의 항산화 능력을 조사한 결과 무화과가 가장 높고 키위, 오렌지, 토마토, 딸기 순이었다.
무화과는 항균작용도 한다.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죽이기 때문에 ‘무화과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도 키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독특한 향 때문인지 주변에는 벌레와 해충도 접근을 꺼린다.
무화과는 항염증작용도 한다. ‘무화과 가루를 종기 부위에 뿌리면 종기가 훨씬 빨리 낫는다’는 주장도 있고, 관절염, 인후통, 기침환자 등에게 추천되기도 한다.
‘3협’은 소화, 변비탈출,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돕는다는 뜻이다. 실례로 고기를 먹은 뒤 후식으로 무화과를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변비탈출은 무화과에 든 섬유소 때문이다. 전통한방에서는 무화과를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고 장을 편안하게 하는 과일로 분류한다.
소화불량, 식욕부진, 장염, 변비환자 등에게는 생과를 하루 한 두개 먹거나 약한 불로 달여 하루 세번 복용하라고 권장한다.
관절통, 근육통, 치질, 갑상선환자는 무화과 뿌리를 달여 먹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