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농원은 월출산의 기와 황토땅에서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친환경농업을 고집하는 배 재배농가이다. 두레농원의 주인 임상빈·이경자 부부는 농산물 수입개방과 함께 점점 어려워진 농촌에서 친환경농법만이 농업이 살고 소비자의 먹을거리 문화에 이바지한다는 신념으로 영암배를 재배하며 소박하게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는 것.
“시중에서 영암배 찾아보기가 힘듭니다”라고 말하는 바깥주인 임상빈씨는 시종면, 신북면 등 영암지역의 배 재배농가가 명성 높은 ‘나주배’ 상표를 달아 출하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임씨는 “옛부터 ‘영암배’는 나주배에 버금가는 맛과 빛깔을 자랑했다”며 “영암배도 나주배 못지 않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배 재배농가들이 영암배를 나주배로 파는 반면 두레농원 임상빈·이경자 부부는 ‘영암배’를 고집하며 포장 박스에도 ‘영암배’를 명시하고 영암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임씨와 이씨는 20여년간 과수 재배 위주의 과수농가를 꾸려왔다. 그동안 수박과 사과를 재배했고, 편백나무를 심어 가꾸는 육묘장도 운영해 봤다. 그간의 과수 재배의 노하우를 가지고 배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5년 전. 현재 농장의 토질이 황토로서 배 재배에 적합하고, 나주배에 맞서 영암배의 자존심을 세워보려는 의지로 임씨 부부는 영암배 재배에 도전했다. 두 부부는 농업기술센터의 재배 기술 교육에도 꾸준히 참여했고, 배 주산지인 나주의 재배농가 선진농법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5년째, 임씨는 나름대로 두레농원의 기후와 토양에 알맞는 독특한 농법을 개발했다. 안주인 이씨 또한 친환경농업의 선도농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나주의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농업생명대학 강좌를 수강하면서 친환경농법과 GAP(생산이력제) 등 선도농법을 익혀나갔다.
품질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 당도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두레농원은 지난해 친환경농가 인증을 받았으며, 생산이력제도 시행하고 있다. 품종 선택에도 몇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현재 두레농원이 재배하는 품종은 ‘신고’와 만생종인 ‘감천’이다. 수분수인 감천은 인공수정이 필요없는 품종으로서 ‘신고’보다도 당도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농장 군데군데 감천을 심어 수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두레농원 과수의 평균수명이 4년에서 15년으로서 당도면에서도 경쟁력이 앞선다. 만생종인 감천은 10월 중순경이 수확의 절정기이다. 임씨 부부는 배의 맛이 완전히 들지않은 배는 결코 출하하지 않는다. 때문에 추석 전 대목에는 큰 소득을 내지못한다. 이들에겐 소득보다는 과수농가로서 양심과 영암배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 부부의 그동안의 노력에 부응하듯 수확량도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15kg 들이 4천여 박스를 출하했다. 또한 이들은 판로 면에서도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며 신뢰를 쌓았다. 서울의 공판장으로 직판하는 한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많은 수요자를 확보했다. 또 두레농원에서 생산하는 배의 맛과 이들 부부의 정성에 감동한 소비자들이 단골이 되어 택배 주문을 해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와 광주의 (주)로케트건전지 사원들에게 많은 양을 직판하고 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라고 말하는 안주인 이씨. 광주의 (주)로케트건전지는 이씨가 결혼전 다니던 직장이었고 이 회사의 사원들과 지속되어 온 친분으로, 봄 가을이면 20~30명의 사원들이 배꽃 체험과 배따기 체험을 온다고 한다. 또 두레농원은 지난해까지 매년 4월에 자체적으로 배꽃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배꽃체험과 배따기 체험은 도시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올해도 10월 중순경 목포하당 부녀회원들을 초청해 배따기 체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두레농원의 홈페이지에는 배 농장을 가꾸는 이들 부부의 삶의 모습들이 포근하게 풍겨난다. ‘두레댁’이라 불리우는 안주인 이씨가 올리는 ‘두레댁일기’와 ‘아이들방’, 그리고 ‘농장소식들’에서 농사 일의 힘든 점이며, 기쁜 일, 슬픈 일, 아이들의 귀여운 재롱, 커가는 모습 등 풋풋한 삶의 모습들이 정겹게 담겨있다.
또 농장 진입로 주변에 핀 빨간 봉숭아꽃과 분홍 코스모스, 수세미가 가을 정취를 더하고 익살스럽게 서있는 솟대와 장승, 장독대가 시골정취를 느끼게 한다. 모두 안주인 이씨의 작품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이들의 소박한 꿈도 느낄 수 있다. 배꽃 체험과 배따기 체험을 오는 가족들이 장승 앞에서 사진을 찍고,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임씨 부부는 “그동안은 투자 기간이었어요. 그러나 올해 작황이 좋고, 앞으로 노력한 만큼 소득도 늘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박한 삶과 땀과 노력 속에 훈훈하고 넉넉한 부농의 꿈이 영글어간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