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요즘은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에 맞는 또는 필요한 정보의 빠른 취합과 분석능력을 요구한다. 실례로 생산자와 소비자는 온라인을 통해 직접 연결된다. 농부들이 억대부농이 된 원천도 이 온라인 판매가 그 원동력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암의 현실은 어떨까? 한마디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관내에 정보화기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일상생활에 거의 보편화된 컴퓨터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곳이 전무하다. 더구나 영암 역시 우리 농어촌의 공통된 현실인 인구고령화가 심각한 곳이니 노년층의 정보화 소외감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영암군청 전산교육장. 관내 중장년층 뿐 아니라 노인들에게 지식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군민 정보화교육의 산실’이자 ‘첨병’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일반군민 300여명과 공무원 700여명이 교육을 받는다. 한글, 오피스, 컴퓨터활용 등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는 등 군민편의 위주여서 호응도 높고 교육참여자들의 열기 또한 높다.
“체계적인 컴퓨터 교육을 접하지 못한 중장년층의 문의가 많습니다. 가정주부에서 부터 농민 등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활용해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가 대단합니다.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숨소리까지 조심하는 분위기 입니다.”
전산교육장 운영책임을 맡은 군 자치발전과 최시준 전산담당의 말이다.
특히 그는 전산교육장만 가면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공직에 발을 내딛은 이래 특별한 큰뜻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전산교육장에만 있으면 공직자로서 군민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자 보람 가득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에 참여한 군민들은 대다수가 컴퓨터를 활용해 접하게 된 새로운 세상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참석율과 수료율이 매우 높다. 군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교육을 실시한 덕분이기도 하려니와 최 담당을 비롯한 4명의 전산계 직원들이 헌신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군 자치발전과 전산계 직원 허순명씨는 “어르신들 대다수가 매월 교육이 끝나면 도움이 많이 된다며 연속해서 강의를 듣고 싶어하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 자리가 부족하다”며 미안해 한다.
허씨의 설명대로 군민 대상 맞춤형 정보화교육의 기대가 높아 한 군의원은 읍면별 순회 교육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과 시설확충이 수반되는 문제여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시준 담당은 “방학중에 학교시설을 임대해 이용한 방법이나 이동도서관 차량처럼 버스를 개조해 이동전산교육장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이 역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전산교육장 운영팀에게는 군민들에게 직접 컴퓨터 교육을 하는 일 외에 중요한 정보화 지원 업무가 또 있다. 바로 정보화마을을 집중 육성해 관내 농산물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새로운 소득창출를 지원하는 일이다. 판매확대와 이를 통한 소득창줄의 계기를 만드는 일인 점에서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업무다.
현재 영암에는 신북과수마을, 삼호무화과마을, 시종달보는마을, 도포원예마을 등 4곳의정보화마을이 있다. 영암 특산물인 배, 고구마, 무화과, 양파즙, 토마토, 메론 등을 생산하면서 중개상을 통한 출하로 제값받기와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2003년부터 정보화마을을 만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정보기기 보급, 마을센터 구축, 전자상거래를 위한 홈페이지 구축 등 지원사업에 총 18억여원의 예산이 지원돼 생산 농민의 자립기반 마련 및 소득증대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군 자치발전과 전산계 천혜경, 정은애씨는 “정보화마을은 주민의 문화공간이자 정보교류 및 교육의 장이 돼가고 있다”며 “갈수록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마을 특성상 세대간 도농간 격차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와 소득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지원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들은 또 “정보화마을 직거래장터에 지원을 나갈 때마다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절감하지만 농민들의 노력을 지켜보면 우리들의 삶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동료들과 지인들로부터 농·특산물을 주문받아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영암지역 정보화교육과 인터넷 상거래 체계 구축업무를 도맡은 4명의 전산계 직원들은 이래저래 하루가 너무 짧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