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향교(鄕校) 그리고 석전대제(釋奠大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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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암향교(鄕校) 그리고 석전대제(釋奠大祭)

황용주
전 영암여중·고 교장
영암미래교육연구회장
대나무 숲을 이루고, 높지 않은 흙돌담이 울타리로 둘러쳐진 영암향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주 보이는 2층의 청화루(淸化樓), 넓은 정원의 오른쪽으로는 영암향교 중건비, 그리고 크고 작은 13개의 비림(碑林)이 있다. 왼쪽에는 대성전(大成殿), 가운데는 명륜당(明倫堂), 오른쪽에는 양사재(養士齋)가 있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대성전을 중심으로 동무, 서무가 나란히 있으며, 그 건물 앞에는 3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푸조나무가 있다.
지난 3월12일 (음 2월1일) 춘기(春期) 석전대제가 열렸다. 석전(釋奠)이란 문묘(文廟)에서 공자(孔子)를 비롯한 선성선현(先聖先賢)에게 제사지내는 의식으로 만세(萬世) 종사(宗師)이신 공부자(孔夫子)께서 남기신 인의(仁義) 도덕(道德)의 이상(理想)을 사람으로서 마땅히 근본 삼아 행(行)하여야 할 효제충신(孝悌忠信) 실천과 수제치평(修齊治平)의 도리를 천명(闡明)함에 있어 그것을 배사(拜師)모성(慕聖)의 예(禮)로써 생폐(牲幣)예제(醴劑)를 헌설(獻設)하여 공부자(孔夫子)께서 재좌(在座)하신 듯이 대성전에서 엄숙(嚴肅)하고 경건(敬虔)하게 전례(奠禮)를 봉행(奉行)하였다. 이 행사는 매년 춘(春)이월(二月) 초정일(初丁日)과 추(秋)팔월(八月) 초정일(初丁日)에 두 번 열린다.
영암향교는 1402년(태종2년)에 영보역이 있던 괴성재에 창건되어 대성전(大成殿), 동무, 서무, 명륜당(明倫堂), 양사재(養士齋), 사마재, 청금당, 청화루(淸化樓)등을 건립하였으나 1555년(명종10년)에 왜구(倭寇)들이 달양진(達梁津)(현 해남남창)으로 쳐들어와 어란포, 장흥, 병영, 강진, 가리포, 진도 등 연해를 유린하면서 영암성을 함락하고 영암향교에 주둔하여 왜구의 병영본부로 삼았다. 이 지방 출신인 양달사 (梁達泗)(1518-1559)장군이 의병을 모아 물리 쳤으나 향교가 소실되고 호환(虎患)이 있어 1603년(선조36년)에 황정노(黃廷老), 문후소(文後素)등이 주선하여 영암읍 교동리 352-2번지 현재의 위치로 이건(移建)하였으며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126호 지정되어 있다.
1739년(영조15년)에 대성전과 동무, 서무를 중수(重修)하였고, 1874년(고종11년)에 문묘(文廟)를 다시 세웠고, 1874년에는 낡고 헐은 것을 수리하였다. 1918년 보통학교로 사용하던 중 화재로 모두 불타 버렸으며 1922년에 명륜당을 중건하였으나 1950년 6·25동란으로 다시 불타 버렸다. 그 후 대성전, 양사재, 명륜당, 외삼문을 중건하고 2002년에는 우인재(友仁齋)와 청화루(淸化樓)를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향교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으로 지방관청의 예방(禮房)이 관장한 현재의 공립학교와 유사한 중등교육기관으로 읍(邑)마다 설립하여 재정적 지원을 하고 경영도 하였으며 소학(小學), 사서(四書), 오경(五經)등 인성(人性) 교육과 농업, 잠업(蠶業)등의 실업교육, 그리고 향토(鄕土)사회(社會)의 문화(文化)향상(向上)과 향풍(鄕風)진작(振作)에 기여하는 등의 사회교육도 담당한 기관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지식정보화사회의 교육제도는 고급인력 확보를 위한 교육정책,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개인주의와 경쟁주의로 변하는 사회현상 등 물질문명(物質文明)의 병리적(病理的) 현상이 나타나는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거나 인간소외(人間疎外)와 존속살인,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비인격화(非人格化)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사회악이 많이 발생할 뿐 아니라 글로벌시대에서의 가치혼란(價値混亂)과 자아(自我) 정체성(正體性)상실 등 정신문화(精神文化)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식(知識)교육과 기능주의(機能主義)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하는 교육제도를 개선하여 전통적인 효(孝)와 예(禮)의 교육을 현대적인 윤리관(倫理觀)과 인성교육(人性敎育)에 맞도록 그 가치를 재고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우리가 당면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설은 오랜 우리의 토속적(土俗的) 정서와 전통적 교육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의 삶의 뿌리가 아닐까? 나는 춘기 석전대제를 지켜보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편안하고 행복한 인간다운의 삶을 찾고 아름다운 사회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그 역할을 영암향교가 맡아서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푸조나무가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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