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 지방자치제도가 어느 정도 성숙했는지는 지자체 민원실을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잘 단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창구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가 ‘친절’과 ‘봉사’로 무장해 있다. 간혹 민원처리가 못마땅해 고성을 지르는 민원인들도 있지만 과거 관선시대 ‘급행료’가 오가고, 마냥 고압적이던 때와는 천지개벽이 느껴질 정도로 변했다.
영암군청 종합민원과(과장 현희준)도 예외가 아니다. 유난히도 빨리 찾아온 무더위, 리모델링 때문에 어수선하기까지 한 청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이 아침 8시 이전 출근해 청소와 근무 상태를 점검하고 민원인 맞을 준비를 끝낸다.
일반민원계(담당 이경일)의 이명희(33)씨. 올해로 공직생활 7년째인 그녀는 종합민원과 직원들이 이구동성 소개하는 ‘대표’ 민원담당 공무원이다.
“민원실 근무는 봉사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려워요. 법대로 처리하고 민원인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문제없지만 어디 그런가요? 더구나 한 민원인에 대한 민원처리가 군 전체를 뒤흔드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처럼 어려운 업무를 항상 웃으며 민원인의 입장에서 처리하는 모범공무원입니다.” 이경일 담당의 추천사다.
이명희씨는 영암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뒤로 한 채 전 학년 장학금 욕심에 대학은 농과대학을 다녔다. 졸업 후 많이 망설였다. 웃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 상 연구직 보다는 공직자의 길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 더구나 공직자는 무슨 자격증 고민 없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치른 시험에 덜컥 합격한 뒤 학산면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 때 업무 역시 민원인 상대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자는 다짐 또한 더욱 확고해졌다.
“공직자로서 첫 업무가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이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냥 내 이웃처럼 대하면 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니 마음이 가벼워지대요. 물론 선배 공무원들의 아낌없는 지도와 지원이 컸죠. 지금도 과장님이나 계장님, 그리고 선배들의 능숙한 민원처리는 따라갈 수 없어요. 많이 배워야죠.”
민원실의 특성상 스트레스는 당연히 쌓인다. 막무가내 큰소리부터 치는 민원인들에게도 웃는 얼굴로 대하다보면 쉽게 풀어지지만 가끔은 동료 공무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는 얼른 없애는 것이 좋다. 다른 민원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아는 영암군 공직자 모두는 군민을 부모형제자매처럼 생각하며 친절하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민원은 법규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고 있고요. 민원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이해와 상치하면 공직자 모두를 싸잡아 문제 삼고, 그 결과 공직에 대한 신뢰까지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워요. 민원실 공무원은 군민에게 봉사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근무해요. 어떤 경우든 군민의 편에서 군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대민봉사행정의 최 일선에서 근무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이명희씨의 소망이자 작은 외침이다.
한편 군 종합민원과는 인허가 신고발급, 부과, 열람, 등록 등 각종 증명서류 때문에 공무원과 민원인의 1차적 대면이 이뤄지는 곳으로 연간 서류 수수료만 2천700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항상 분주하고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