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우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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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리’의 힘

정 찬 열 LA남부한국학교장 군서면 도장리 출신

강영우. 시각장애인,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유학생, 교육전공 철학 박사, 재미 동포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휘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사실 그는 너무 알려져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몇주 후, 이곳 LA에서 그분의 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그가 쓴 책 ‘아버지와 아들의 꿈’이라는 책을 밤을 꼬박 세워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눈 감은 사람이 눈 뜬 사람을 인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44년생인 강영우씨의 이야기는 메스콤을 통해 여러차례 본국에 알려졌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빛은 내 가슴에’ 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되었다고 한다.

강씨는 중학교 시절 축구 시합을 하던 중 눈에 공을 맞고 장님이 된다. 천애고아인 그는 대부분의 맹인이 그렇듯이 안마사 등 평범한 맹인으로 살아가게 된 듯 싶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고, 각고의 노력으로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강씨는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다. 눈이 보이지 않은 극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는 일. 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까지의 강병우씨 이야기는 실로 눈물겨운 드라마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두 아들을 낳아 매일 저녁 아이들에게 목욕을 시키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손가락으로 더듬어 점자책을 읽어 주었다는 이야기 등, 취학 전 5살까지 강씨가 맹인의 몸으로 아이들을 길러 낸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나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 모두가 성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언젠가 눈이 아파 하루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지냈던 일이 생각났다. 처음엔 방안을 조심조심 걸어다닐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방향감각이 무뎌지고 손에 잡힐만큼 환한 방안을 돌아다니면서도 이곳저곳 부딪치고 막혔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렇게 불편하고 답답한, 그리고 깜깜한 세상을 그는 평생을 살아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이룩한 성공이 얼마나 대단하고 값진 것인지 절실하게 느껴왔다.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본인의 피나는 노력에 감동하지만, 성공의 버팀목이 되었을 주위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희생을 짐작할 수 있기에 가슴이 더욱 뭉클해진다. 아내의 절대적 도움 없이 앞못보는 그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겠는가.

강씨의 얘기를 읽으면서 문득 월드컵 응원장면이 떠 올랐다. ‘우리편’을 응원하는 수만 관중들의 열기를 등에 엎고 펄펄 날던 선수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인생도 운동경기처럼 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내가 뛸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내편이 되어 같이 싸워주는 ‘우리’. 내가 지치고 쓰러질때 나를 일으켜 세워줄 ‘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영우씨가 넘어지고 절망할 때마다 다시 일어나 우뚝 서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의 열렬한 응원과 성원 덕택이었다. 헌신과 사랑으로 조용히 진정한 ‘우리’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그의 아내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고, 내가 마지막에 기댈수 있는 ‘진짜 우리’. 그런 사람을 우리는 기대한다. 우리학교, 우리집, 우리교회, 우리이웃…. 수많은 우리가 있지만 진짜 우리는 많지 않다. 내가 먼저 진정한 우리가 되어야 한다. 나를 허물고 너에게로 가는 노력을 내가 먼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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