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종합감사에 적발된 이른바 '의원사업비'와 관련해 군이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예산집행과정에서 읍면별 형평성 논란을 불식하고, 사업대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반면 폐지가 마땅한 의원사업비의 존립문제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못했다. 지방의회 출범 이래 마치 관행인양 계속되어온 일이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의원사업비가 그동안 지방의회를 둘러싼 온갖 부정과 비리 등 의혹의 진원지이자 지방의원을 '민원해결사'로 전락하게 만든 계기라는 점에서 근본대책 마련은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암군의회 의원들이 요구해 편성하고 재량껏 집행해온 의원사업비인 '농업경쟁력강화사업'에 대해 도가 종합감사를 통해 지적한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업별 목적·용도 및 추진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에게 일정액씩 예산을 포괄적으로 할당하여 편성·집행할 수 없다'고 된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위반한 사실과, 읍면에 대한 예산배정과 대상자 선정까지 의원들 '입맛대로' 이뤄진 점 등이다.
이 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군은 읍면에 대한 예산배정과 대상자 선정에 있어 형평성 논란을 차단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즉 읍면 예산은 군청 사업부서인 친환경농산과에서 읍면별 인구, 경지면적 등을 감안해 소위 'N분의 1'로 배정하기로 했다. 여러 읍면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가운데 일부 의원은 특정 읍면에 너무 적은 사업비를 통보하거나 몰아주고, 일부 의원은 아예 특정읍면은 제외하는 등의 사태가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사업대상자 선정에 있어서도 엄격한 기준과 각 읍면 농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해 의원들 입김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군 기획감사실 김성배 실장은 "도 감사에 적발된 사안인 만큼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후속조치를 의회에 설명했으며, 의원들도 충분히 이해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의 이런 후속대책은 의원사업비 문제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즉 사업별 목적·용도 및 추진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지방의회 의원에게 일정액씩 예산을 포괄적으로 할당해 편성해온 관행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의원사업비인 '주민불편사업비'의 경우 집행과정에서 생길 온갖 비리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지방의회 출범과 함께 관행처럼 계속되어온 일인 점에서 하루아침에 불식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 "비단 지역차원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제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사업비 논란은 지방의회 의원들 스스로의 자정노력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의원 스스로나 지역민들에게 지방의원은 지역구의 소규모 주민불편사업을 위해 마치 쌈짓돈인양 군 예산을 가져오거나, 저온냉장고 같은 시설을 위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힘 있는 인사' 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특히 얼마나 많은 예산을 가져오느냐가 유능함의 척도이고 재선을 보장받는 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감시나 군정의 방향을 제시할 의원 입법 활동 등은 부수적인 일이거나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다. 의원들 스스로 그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음이다. 본보가 수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의원사업비 문제는 집행부인 군의 대책마련으로는 불충분하다.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이 관행처럼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쓸 예산편성을 요구해온 의원들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더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문제 해결의 주체는 군이 아니라 의회라고 보아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원사업비 문제 역시 '메아리' 없이 잠잠해지겠지만 곪으면 언젠간 치명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명심할 일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