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2020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인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동안 거론됐거나 추진되었던 시책들까지 망라한 이른바 영암읍 활성화 시책의 '종합판'을 보는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에서는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놓고 이른바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영암읍 활성화가 절실한 과제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나, 지금처럼 그 방안을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된 적은 없었다.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학문이 오늘날 난세학(亂世學)의 정수(精髓)로 꼽히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길었던 난세를 타개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덕택이다. 치열한 백가쟁명의 결과물은 지금까지도 여러 난관을 슬기롭게 타개할 지략으로 활용될 정도다. 영암읍 활성화 방안에 대한 백가쟁명은 이런 점에서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전동평 군수가 직접 나서 다양한 군민 뜻을 수렴하고, 대표사업을 선정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은 모두 11개 분야 42개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영암읍권 관광벨트 조성 15건, 시장 및 상가 활성화 4건, 살고 싶은 '사기충만도시' 영암 만들기 4건, 영암특화농공단지 활성화 2건, 영암읍 도시재생계획 3건, 영암읍 시가지 주차문제 해결 계획 2건, 저가형 게스트하우스 조성 2건, 택지개발 및 고급호텔 등 유치 2건, 산성대 등산로 개설에 따른 종합관광지 개발 계획 4건, 영암군소재지 도심녹화사업 3건, 영암읍 도시가스 보급 등이다. <관련기사 3면>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은 계획 수립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영암읍 활성화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자, 과거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단발적 또는 일시적 처방이 있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종합적 또는 포괄적 접근이 이뤄진 적은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가 채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부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느냐에 따라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쇠락해가는 영암읍시가지에 활력을 불어넣을 '작은'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은 영암읍 활성화 대책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에서 보듯 '대표사업의 부재'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는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의 추동력 부재 또는 상실을 뜻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실제로 42개 세부사업을 꼼꼼히 뜯어보면 특단의 대안이 될 만한 사업은 사실상 없다. 영암읍 활성화는 당장 절실한 과제인데 장기과제들이 너무 많고, 심지어 관내 거주운동처럼 공직자들의 자세변화를 요구하는 단기처방까지 포함되어 있다.
영암군소재지 발전을 위한 대표사업은 정책개발추진단의 몫이 아니다. 다름 아닌 군정책임자인 군수 의지에 달려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개년 동안 추진하게 될 민선6기 영암군의 중·단기 발전전략인 '영암 2020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1단계 사업인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을 위한 세부계획을 만들어낸 것은 '영암읍 활성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함께 그 처방에 대한 백가쟁명의 지역사회 분위기를 열었다. 그렇다면 군수가 할 일은 그 백가쟁명의 처방전 속에서 핵심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하고,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에 대표사업이 부재한 것은 아이디어 부재 때문이 아니라, '재임 중 건설·토목사업을 지양하겠다'는 취임 초의 다짐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영암읍 활성화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돌이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더구나 본보가 누차에 걸쳐 지적해왔듯이 월출산 새 등산로 개설이나 氣찬랜드의 성공적 운영, 영암특화농공단지 완공 등은 영암읍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이제 백가쟁명의 다양한 군민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정책개발추진단이 만든 영암군소재지 발전계획은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종합판일 뿐이다. 완결판은 군정책임자인 전 군수가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이는 두고두고 전 군수를 평가할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