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가 3년 연속 풍작인데도 들녘 곳곳에 시름이 가득하다.
올 산지 햅쌀가격이 최근 5년 새 최저가로 출발하더니 최근엔 정곡 80kg당 13만2천원까지 곤두박질하는 등 폭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햅쌀가격을 산지쌀값에 반영하는 지난 10월5일 기준 산지쌀값은 80㎏당 16만3천396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4년산 쌀값인 지난 9월25일 기준 15만9천196원에 비해 4천200원(2.6%) 오른 가격이기는 하나, 그 차이가 별반 크지 않은데다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가격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4년의 경우 햅쌀가격은 17만7천844원으로 무려 1만4천448원(8.1%)이나 낮은 선이다. 2013년 18만3천560원, 2012년 17만5천612원, 2011년 16만6천284원 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같은 산지쌀값은 회복세를 보이기는커녕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실제로 쌀 주산지인 전남도내에서는 최근 13만2천원까지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햅쌀가격의 끝없는 폭락세는 재고가 누적되어 있는데다 풍작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양곡연도말인 10월 말 쌀 재고가 135만2천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년의 경우 80만t 안팎인 점에 비추어볼 때 55만2천t 많은 양이다. 올 햅쌀가격에 악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3년 연속 풍작까지 겹쳐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2015년산 쌀값하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재고 과잉에다 풍작까지 겹쳐 쌀값하락을 막을 대안이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쌀 격리를 통한 가격지지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면서, "농가소득보장을 위한 진지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의회도 지난 10월14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청와대, 농림축산식품부, 통일부와 국회 등에 전달했다.
의회는 이날 건의안을 통해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한 쌀 격리 확대 및 소비촉진대책 마련과 안정적인 농가 소득보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는 또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지난해 87만1천t 보다 37만1천t이 감소한 올해 50만t만을 매입할 계획이며, 쌀 관세화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용도제한 규정이 삭제됐음에도 밥 쌀용 쌀을 수입하고 있어,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쌀 소비촉진대책 마련과 함께, 쌀 생산농가의 안정적인 소득보전을 위한 고정직불금 지원단가를 현행 ha당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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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 생산 전망은?
생산량 425만8천t…작년보다 0.4%↑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으로 집계됐다고 10월14일 밝혔다.
벼 재배면적은 작년(81만6천㏊)보다 2% 줄어든 79만9천㏊였다. 반면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은 520㎏에서 533㎏로 2.5%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생산량은 지난해(424만1천t)보다 1만7천t 늘어날 전망이다.
벼 낟알이 익는 시기에 일조 시간이 증가하는 등 생육 전반에 걸쳐 기상 여건이 좋았고 병충해·태풍 등의 피해가 거의 없어 이삭수와 낟알수가 증가한 때문이다.
지역별 벼 생산량은 전남이 85만7천t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82만8천t), 전북(68만t) 순이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벼 재배면적 감소로 최근 10년간 생산량이 줄었으나 2013년부터 올해까지는 기상 호조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내년 쌀 예상 소비량은 397만t으로 집계됐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