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없는 ‘해바라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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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해바라기 없는 ‘해바라기밭’

영암읍 송평리 꽃단지 ‘예산낭비’ 눈살

이질토에 꽃씨 파종… ‘눈먼행정’ 비난

영암군이 올 봄 영암천내 고수부지에 대규모 꽃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하천변 경관 조성사업’을 시행해 사회단체로 하여금 해바라기 꽃씨를 파종케 했으나 해바라기가 자라지 않아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군은 영암읍 송평리 3, 4구 일원의 영암천 내 고수부지 1만 2천평에 올 4월부터 5월까지 3회에 걸쳐 영암군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도 하에 해바라기 꽃씨 파종과 묘목 식재를 했지만 해바라기가 전혀 자라지 않아 꽃밭 조성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곳은 땅이 메말라 해바라기 씨가 싹도 틔우지 못했거나, 일부는 어린 묘목 수준에서 성장을 멈추었거나, 또 땅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등 극심한 작물 성장장해를 보이고 있다.

이곳 토양은 꽃식물 재배에 적합치 않은 갯펄, 또는 이질토(泥質土)로 밝혀졌고, 이러한 토양에 꽃씨 파종과 식재를 강행해 ‘눈먼 행정’, ‘억지 행정’이라는 여론의 화살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시행기관인 농업기술센터(소장 김배중)의 토양 성분검사 결과 적절치 못하다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군은 꽃 식재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불보듯 뻔한 일에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예산만 낭비한 꼴”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군은 하천 유휴지에 유채, 메밀꽃 등 꽃단지를 조성해 주민과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초까지 유로정비와 하도정비사업을 시행해 3만여평의 농지와 1만2천평의 고수부지를 조성했었다.

군은 이중 3만여평의 농지를 올 봄 농업인단체와 사회, 여성단체에게 꽃단지를 조성하라는 조건으로 경작하게 하자, 송평리 인근 주민들이 “지선민에게는 경작 불허, 단체 임의 선정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함으로써 시작부터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본지 37호(2008년 5월 16일자) 보도>

또 1만2천평의 고수부지에 대해서는 농업경영인회 영암읍협의회와 생활개선회 두 단체에 ‘하천변 경관 조성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꽃밭을 조성하도록 했고, 올 봄 1천800만원의 예산까지 지원했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자 인근 주민들은 “고수부지의 흙은 뻘층이고 물을 머금은 후 말라버리면 시멘트처럼 단단한 땅으로 변해 어떠한 꽃이나 작물도 자랄 수 없는 곳”이라며 “애초에 안될 일, 이러한 곳에 꽃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군의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꼬집었다.

한편, 해바라기 씨 파종 기술지도를 했던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시도하는 단계이며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센터에서는 올 가을에도 시범적으로 유채꽃, 청보리 등 소득작물을 파종하는 등 점진적으로 관리하며 꽃단지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영암천 고수부지 토양 상태로는 어떠한 꽃식물도 잘 자랄 수 없고, 차라리 갈대가 자생하는 습지로 보존했어야 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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