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암방문의 해' 특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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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영암방문의 해' 특집기획

국립공원 지정 30주년, 月出山 이젠 활용하자

연평균 탐방객 47만명…주로 등산 목적 지역경제 활력소 역부족
'2018 영암방문의 해' 계기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만들 때
예부터 월출산(月出山)은 영산(靈山)이다.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擇里志)에서 "한껏 깨끗하고 수려하여 뾰족한 산꼭대기가 하늘에 오르는 화성조천(火星朝天)의 지세"라고 표현했다. 산의 제왕처럼 모든 산을 다스리는 듯 하늘의 기운을 내뿜는다는 뜻이다. 그 정상을 '천황봉(天皇峯)'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천신제를 지내던 신성한 곳이기도 했다.
월출산은 지금으로부터 1억6천만년 전 마그마가 분출해 굳은 화강암이 6천만년 전에 관입해 형성된 인젤베르그 지형이라 한다. 이 화강암은 폭 20㎞, 길이 100㎞의 지반으로 이뤄져 영암∼광주를 땅속으로 연결하고 있다고도 한다. 최고봉인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사자봉과 장군봉(510m), 서쪽으로 향로봉(743m)과 구정봉(738m), 도갑산 주지봉이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홍계골, 북쪽으로 큰골과 용추계곡, 남쪽으로 금릉경포대계곡, 그리고 동쪽으로는 칠치계곡 등이 그 자태를 뽐낸다.
경관자원 74개소, 생물자원(식물) 2천269종, 멸종위기야생생물 23종(동물 21종, 식물 2종), 역사문화자원(문화재) 33점 등을 갖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동물자원이 적은 것은 전국 22개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작은 면적(56.100㎢)인데다, 대부분 교목군락을 형성하지 못하고 암석과 관목림으로 이뤄져 있어 대형동물이 서식하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관자원은 전국 어느 국립공원과 견주어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데다, 역사·문화자원 또한 풍부하다. 불교문화유적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최인선 순천대 박물관장(사학과 교수)은 "전남지방에서 단일 산으로 월출산만큼 불교유적을 많이 갖고 있는 산도 없다"고 말한다. 최근 영암군이 이에 초점을 맞춰 관광개발에 나서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월출산이 올해로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을 맞는다. 때맞춰 영암군은 2018년을 '영암방문의 해'로 정했다. 월출산 등 관광자원과 문화행사 등을 활용해 관광객 300만명을 유치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0년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에 도전하겠다는 취지다.
영암군의 월출산 활용 시도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출산 활용은 1988년 국립공원 지정 이래 지금까지 호남미래포럼 안원태 고문의 지적처럼 "국립공원이니까 안 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오죽했으면 김희규 전 영암문화원장은 본보에 낸 기고문을 통해 "도립공원에 이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지역민들이 합심해 노력했지만 지정 뒤에는 반짝이던 경기는 서서히 죽어가고 국립공원 인근 사유지는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고 한탄하기까지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통계에 의하면 월출산을 찾은 탐방객은 2003년 29만8천876명, 2004년 26만7천299명, 2005년 24만8천85명, 2006년 28만1천248명, 2007년 28만5천766명, 2008년 30만4천221명, 2009년 44만6천954명, 2010년 36만4천949명, 2012년 41만명, 2013년 52만명, 2014년 44만명, 2015년 48만명, 2016년 47만명 등이다. 최근 들어 연평균 47만명에 달한다. 2016년 탐방객은 천황사지구 15만명, 도갑사지구 21만명, 경포대지구 11만명 등이었다.
이처럼 연간 50만명에 육박하는 탐방객이 찾고 있음에도 월출산이 자리한 영암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군청소재지 영암읍이 쇠락의 길을 걷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대구대 이주희 교수가 낸 자료 '월출산국립공원 탐방이용행태 분석결과'에 의하면 월출산 탐방객들은 체류기간이 짧고, 주된 목적이 등산 활동에 편중되어 있다. 월출산과 영암군 지역경제의 연관관계를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월출산의 경우 국립공원 전체 및 산악형 국립공원 평균에 비해 가족동반이 20% 가량 적고, 혼자 오는 탐방객이 10% 이상 많다. 또 월출산 탐방이용에 걸린 이동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의 경우가 35.7%나 됐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매우 짧다. 더구나 탐방객들의 체류기간은 당일이 88%나 됐다. 1박2일은 10.9%에 불과했고, 2박3일은 0.7%, 3박4일은 0.4%, 4박5일 이상은 전무했다. 또 탐방객의 76.2%가 단순히 '등산 활동' 목적이다."
이 교수는 이를 토대로 "탐방객 체류기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월출산국립공원 또는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 탐방편의를 위한 숙박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암군이 올해 월출산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을 맞아 계획하고 있는 주요행사는 ▲월출산 氣찬묏길 전국산악마라톤대회 ▲월출산 사진공모전 및 전시회 ▲천황사 야영장 체험 ▲월출산국립공원 홍보관 운영 ▲천황사 주차장 주말공연 및 농·특산물 판매장 운영 ▲월출산 야생화 콘테스트 및 전시회 ▲월출산 전국청소년사생대회 ▲월출산 氣찬랜드 야간경관 페스티벌 ▲월출산 氣찬 오토캠핑 페스티벌 등이다.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이 아니라도 진즉부터 상설화해 개최해왔어야 할 행사들이다.
영암군은 더 나아가 올해 용역비 1천800만원을 들여 2∼3월경 '월출산을 활용한 관광객 유치방안' 용역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해 말 예산심의과정에서 의회의 무턱 댄 예산삭감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차 추경에 다시 편성할 계획이지만, 내친 김에 용역비를 늘려 보다 체계적인 월출산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야말로 '월출산국립공원 활용을 위한 종합플랜'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을 맞아 이제는 '월출산으로 먹고사는 영암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 계획한 행사들은 그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행사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획하고 그 파급효과와 문제점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지난 2017년은 우리나라 제1호 지리산국립공원이 지정된 지 50주년이자 국립공원관리공단 창설 30주년인 해였다. 이를 기념해 (사)한국국립공원진흥회가 개최한 '국립공원 탐방(산행)문화 개선 세미나'에서 호남미래포럼 안원태 고문은 "월출산은 지금까지의 국립공원 지정이념대로 '절대보존'된 자연을 감상하는 유람의 대상일 뿐, 국민의 여가기능공간이나 휴양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 국립공원은 가장 철저하게 보존될 지역이라는 전제 아래 때로는 지역진흥의 걸림돌이 되어온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역발전을 막아낸 것이 공적으로 여겨지는 시대적 의식도 있어왔다"면서, "이제는 '국립공원이니까 안 된다'는 지역진흥계획과의 충돌, 갈등, 걸림돌 구실에서 벗어나 지역진흥의 유발인자가 되고,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기법을 찾아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본보가 '월출산 이젠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활용방안도 제시할 것이며, 영암군 등 당국의 활용노력도 소개할 것이다. 아울러 월출산국립공원의 소중한 경관과 역사문화자원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지역진흥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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