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 새 동상 밑그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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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 새 동상 밑그림 그렸다

왕인박사동상再건립고증위, '학문적 위엄 친근감 함께 느낄 동상' 결론
의회 설명, 주민공청회 등 거쳐 최종 확정…내년 4월쯤 제작 건립될 듯
왕인박사유적지에 새로 세워질 왕인박사 동상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왕인박사동상再건립고증위원회(위원장 이하남 영암군의원)는 지난 1월 15일 군청 낭산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왕인박사 새 동상 건립을 위한 소위원회 활동결과를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한 새 동상 밑그림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또 조만간 영암군의회에 이를 설명하는 한편 주민공청회를 거쳐 밑그림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전동평 군수와 이하남 위원장, 복식을 맡은 김소현 배화여대 교수(전통의상과), 관모를 맡은 이훈 공주대 교수(문화재보존학과), 조각을 맡은 최인수 서울대 명예교수(조소과), 한일교류사를 맡은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전통의례를 맡은 최기욱 영양향교 전교, 고대사를 맡은 강봉룡 목포대 교수(도서문화연구원장), 고고학을 맡은 임영진 전남대 교수(문화인류고고학과) 등 전문가들과 김한남 영암문화원장 등 유관기관 관계자 등 15명의 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임영진 교수는 잠정 확정된 새로운 왕인박사 동상에 대해 "학문적 위엄과 친근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동상, 관람객들이 손쉽게 기념 촬영할 수 있는 동상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면서, "입상과 보행상, 좌상 등을 놓고 검토한 끝에 좌상으로 결정했으며, 좌상 가운데서도 공부좌상, 교육좌상 등을 검토했으나 단순좌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또 구체적인 동상 제작 방향과 관련해 ▲신장은 오늘날 남성 표준 키인 173㎝ 내외로 하되 하체가 약간 길며, ▲연령은 40세 전후로, ▲얼굴은 표준영정을 기준으로 하되 수염을 줄이고 미소를 띠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선은 약간 우측 하방으로 하고, ▲관모는 양직공도 백제사신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높고 뾰쪽하게 하되, 테두리를 약간 세우며, ▲상의는 옷섶이 밑단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하의는 아랫단을 추가하도록 하며, ▲신발은 밑창을 전체적으로 편평하되 앞이 올라오도록 하고, ▲의자 좌우를 넓혀 오른쪽에 왕인박사의 상징물이기도 한 천자문과 논어의 죽간을 비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좌대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이나 중학생의 시선이 무릎에 닿는 정도로 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또 새 동상을 건립할 위치로 현재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 하되, 현재 서향에 배치되어 동상 전체가 어둡고 촬영 때 역광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중앙광장 좌측에서 정면이 남쪽이 되도록 배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새 동상 건립과 함께 주변에 어울리는 조경사업도 함께 추진할 것을 군에 권고했으며, 기존 동상은 폐기하지 않고 다른 위치에 옮겨 활용하되 좌대를 낮추도록 주문했다.
왕인박사 새 동상 조각을 맡은 최인수 위원은 '왕인박사의 손에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아 허전하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시대적으로 4,5세기에 아직 책이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인문학자인 왕인박사는 강의할 때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죽간을 들게 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왕인박사보다도 죽간에 시선이 더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복식을 맡은 김소현 교수는 '왕인박사의 복식이 밋밋하고 혁대가 초라하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왕인박사는 고대인으로, 근대의 복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면서, "학자인 왕인에게 권위를 의식해 근사한 복식을 입히면 지금의 동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런 점에서 인문학자인 왕인에게 화려한 혁대 대신 천으로 만든 띠를 두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광순 교수는 "이번 전체회의에서 제시한 밑그림은 고증위원회가 지난 1년 동안 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하나의 창작품"이라면서, "그동안 왕인박사 영정을 표준영정으로 알고 있었으나 문체부 등에 등록된 표준영정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 위원들이 전문분야별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전체적인 동상의 윤곽을 그려냈다"고 강조했다.
강봉룡 교수는 "왕인박사 새 동상은 전문가들을 통해 분야별로 고증을 거쳐 탄생하게 된 전혀 새로운 사례로, 고증과 창작, 그리고 예술가의 혼이 결합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새로운 동상으로 표현될 왕인박사가 고대인인 만큼 보는 사람들이 낯설어야하고 점점 친근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인박사 새 동상은 의회 설명회와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1년여 동안 제작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쯤 세워질 전망이다.
한편 군은 현재 왕인박사 유적지 내에 건립된 왕인박사 동상이 복식이나 관모 등에서 역사적 고증 없이 조각되어 학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문제제기가 계속됨에 따라 지난 2016년 11월 '왕인박사동상再건립고증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전동평 군수는 "현재 왕인박사 동상은 높이가 지나치게 높고 특색이 없어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히 어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동상을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다시 세우고 스토리텔링함으로써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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