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 얼매나 긴지 모르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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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 얼매나 긴지 모르겄소"

군서면 신마산마을 정 본 례할머니(99세)

천수 복·자식 복 많은 할머니
나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

“청천하늘에 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수심도 많다~/
아들 다섯 딸 다섯 키우느라 고생만 많다./
이러다 저러다 나 죽어지믄/
우리 자식들 이별하고 가네~/
어서 가면 쓰것는디/
마음대로 안되네~”
할머니가 옛적 밭을 메면서 즐겨 부르던 노래란다. 다분히 타령조가 섞인 구성진 육자배기 장단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헤헤헤…” 할머니의 호탕한 웃음도 뒤따랐다.

백수(白壽 : 99세를 이르는 말)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총총한 눈빛, 건강한 혈색… 할머니는 천수를 누릴 복을 타고 나셨나보다.

“자식 열 남매 다 키우고, 큰 손주들 다섯 형제 다 키워줌서 고상도 많이 혔는디 빨리도 안죽어라”

군서면 마산리 신마산마을 사시는 정본례(99) 할머니. 열 일곱(17)살에 시집와 무려 10남매 5남 5녀를 낳았다. 자식 복도 많으시다.

“오래 살다본께 신문지에 날랑게벼, 안 죽는 것도 흉이여”라며 자꾸 나이 많이 자신 것을 한탄하는 정 할머니. 그것은 아직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에 대한 자심감 인듯 했다.

“나 노망 안들고 정신도 총총혀라” 사실 할머니는 귀가 조금 안들리는 것 말고는 곁에 함께 앉은 동서나 며느리 보다 더 정정해 보였다.

무려 80여년전 정 할머니는 바로 옆마을 성지촌에서 원마산 동복오씨 승지공파 집안으로 시집왔다. 신랑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시집가던 시절, 정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맘에 안들어 바로 옆 마을 친정으로 내빼기도 했다고.

“할아버지랑 안살라고 내빼기도 했어라… 그래도 영감 고상도 퍽 혔어, 불쌍허긴 혀라” 할아버지는 30여년전 먼저 가셨다.

정 할머니는 본래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웃음도 많으시고, 농담도 곧잘하셔 주변 사람들을 자주 웃게 하신단다.

지팡이 짚고 마을 여기저기 마실도 다니고, 대문옆 담벽에 기대앉아 들녘 바라보는 재미가 정 할머니의 요즘 소일거리다.

술도 하루에 두 잔 정도 드시고 담배도 몇 대 태우시지만 혈색도 좋으시다. 흰 머리카락 보다도 검은 머리카락이 더 많으시다.

장남 오병남(78)씨와 큰며느리 박춘자(74)씨가 남다른 효심으로 봉양하며 산다. 오병남씨와 박춘자씨는 수년전 효자효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남 오병만(71)씨가 한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며 봉양하고, 아들 오병무(61·사업·서울 거주), 오병우(53·초등교감·경기도 거주)씨가 할머니를 자주 찾아 본다.

자식들에게 “나 죽으믄 저기(장례식장)로 가지 말고 걍 여기서 치러라”고 늘 당부하신다는 정 할머니. “사람 명이 얼매나 긴지 모르겄다”며 한탄만 하시던 할머니가 기자한 테 물었다.

“기자양반, 나 본게 얼매나 더 오래 살게 생겼소?”

“한 20년 더 사시게 보이는데요”

“에끼! 무신 소리!” 할머니께 호되게 야단 맞았다.

할머니 오래 건강하세요!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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