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매 타고 갔던 곳이 해남인지 강진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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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매 타고 갔던 곳이 해남인지 강진인지 몰라

학산면 묵동리 묵동마을 임 미 덕 할머니(97세)

“노인정 가면 재밌어, 친구들 만나고 얘기도 허고 놀아”
나이 아흔 일곱(97) 드신 할머니께서 혼자서 버스 타고 독천 노인정에 다니신다니… 정정하시다.
검은 머리, 건강한 치아, 얼굴에 검버섯은 피었지만 깨끗한 피부 등 곱게 늙으신 할머니 겉모습을 봐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청력이 조금 떨어져 잘 못듣는 것 말고는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시다.
학산면 묵동리 묵동마을 임미덕(97) 할머니. 냉리댁 임 할머니는 강진 칠량면 고현리가 친정. 16살 연상이던 할아버지와 결혼해 강진 오산서 사셨다.
혼인하던 당시 할머니 나이는 18세. 할아버지 고향은 해남. “시집올때 가매타고 갔던 곳이 해남인지 강진인지 잘 모르겄다” 무려 80년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다.
할아버지는 일제때 큰 상선 1급 기관사. 이른바 마도로스였나 보다. 일본에서도 기술을 인정해 줘 상장과 훈장을 받으실 정도로 1급 기술자였다고 한다.
할아버지 벌이가 좋아 젊었을 적 남 부러울것 없이 풍족하게 사셨다. 그러나 외항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면 2~3년씩 걸려 집에 돌아오시곤 했다.
할아버지는 호탕한 성격이셨던 반면 할머니는 조용하고 말씀 없으시며 묵묵히 내조하는 성격이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실 때도 아무말 없이 순종하시며 절대 다툼을 하지 않으셨다. 임 할머니는 농사를 지으시며 할아버지 안계신 집안을 꾸려나갔다. 3남2녀를 키웠다.
할아버지 역시 집에 오시면 자상하시고 가정에 충실하신 분이셨다고 한다. 배 일을 그만두신 할아버지는 해방 전·후 쯤 고모가 사시던 이곳 묵동리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셨다.
농사 일을 처음 해보시던 할아버지 고생을 많이 하셨다. 가신지가 40여년.
셋째 며느리 조숙자(55)씨가 함께 살며 봉양한다. 3남 전길석씨는 작고. 장남 전부길(69)씨는 서울 거주. 묵동에서 양돈업을 하는 차남 전길봉(66)씨, 한 마을에 사는 큰 딸 전오순(63)씨가 같이 살다시피하며 봉양한다.
천성이 근면하시고 부지런하신 임 할머니는 양돈 하느라 바쁜 며느리를 도와 지금도 밥이며 음식이며 빨래 등 집안일을 다 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
특히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지금도 할머니가 만든 반찬은 맛이 기가막히게 좋다고 차남 전길봉씨의 자랑이다. 할머니는 또 집안에 계시지 않고 항상 활동을 하신다.
마을에 친구들이 없어 적적하신 할머니는 소재지 노인정으로 친구들 만나러 나가시는 것이 그저 재미지다. “노인정 가면 재밌어, 친구들 만나고 얘기도 허고 놀아” 임 할머니가 오래 건강하게 사시는 비결은 아마도 채식(菜食) 위주의 식사와 소식(小食)인 듯.
젊었을 적부터 채소와 밥 두 숟가락만 드셨다는 할머니. 지금도 밥 두 술만 드신다고. 좋은 솜씨로 맛있는 음식 만들어 남 다 주시고 당신은 밥 두 술로 만족하셨나 보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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