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 평 감밭… 연매출 4천여 만원
수확철 감 익어가는 냄새 맡는 즐거움
만추 따가운 햇살 공격을 받은 홍시가 투두둑 떨어진다. 감나무 숲속에선 풋풋한 감향기가 난다. 감이 익어가는 냄새다.
사다리에 오른 10여 명의 작업자들이 팔을 뻗쳐 파란 하늘에 열린 주황빛 탐스런 대봉감을 한아름씩 따낸다.
크고 윤기가 자르르 도는 대봉감이 소복히 쌓인다. 부농의 꿈도 쌓인다.
선과와 동시 에 콘테이너 박스에 큼지막한 대봉감을 차곡차곡 담는 손길이 분주하다.
“홍시 하나 먹어보시라”는 잘 익은 홍시 같이 달고 포근한 정(情)도 묻어난다.
영암의 특산물 대봉감 재배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 금정면 안노리 정철(44)·박민정(35)씨 부부의 ‘미리내 농원’. 금정농협친환경대봉작목회 소속 농원이다.
정씨 부부는 안노리 일대 8천여 평의 야산에 대봉감을 재배하며 연 4천여 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그 어렵다는 서울지역 백화점 납품 계약을 맺어 탄탄한 판로를 확보했다.
상품 검수과 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울 롯데백화점 과 롯데마트 50여 곳 청과매장에서 영암 금정 대봉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것.
금정 대봉감 명성이야 이미 알려진지 오래고, 고품질 즉 상품성 높은 과실로 승부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실의 작은 점 하나도 트집을 잡는 백화점이라 납품 때마다 애를 먹는다”고 토로하는 정씨.
하지만 그 애로 만큼이나 땀과 노력으로 생산한 과실은 최상품으로 평가받아 고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백화점 납품단가는 공판장 보다 3~4천원을 더 받는다.
백화점 납품 외에도 단골 소비자들로부터 택 배 주문도 많아 택배 판매가 매년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올해는 가뭄 탓에 작황이 전년보다 못하지만 엄격한 상품의 선과로 가격만큼은 톡톡히 받는다.
지난 주말엔 갑자기 터진 ‘카바이트 홍시’ 파동에 때아닌 마음 고생을 했다. 그것도 잠시, 바른 것(正)은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 고품질 정직한 상품은 언제 어디서나 선호받는다. 지금도 매주 두차례 2.5kg 들이 600상자 씩을 서울로 올려보내고 있다.
“금정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대봉감 명품화 사업’에 동참해 저농약 인증을 받아냈고, 지리적표시제도 서두르고 있다”고 밝힌 정씨는 “대봉감 재배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공판장이든 백화점이든 유통경로를 단일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 고급화와 유통경로 단일화가 ‘대봉감 명품화’의 해법이라는 것.
나락이 고개숙일 즈음 나락 익는 냄새를 맡으며 해질녘 넓은 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정씨는 “나락 익어가는 냄새를 아시느냐?”고 물었다.
대봉감 수확철 감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 것도 그와 같은 기쁨이고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논농사도 2만 여평을 짓고 있는 그는 “농기계값, 농자재값, 기름값 등 모든 것이 폭등하고 있지만 쌀값을 비롯한 농작물값은 오히려 폭락하고 있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리내농원 대봉감 구입문의 : ☎061)473-4700, 010-3617-4759.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