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은 없고 기름값은 비싸고 기사들 생계 유지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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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은 없고 기름값은 비싸고 기사들 생계 유지가 어려워요”

낭주교통 운전기사 한복현씨

기축년 새 아침을 여는 사람
‘친절’ 최우선…
"단 한 명의 승객을 위해서라도 버스는 운행 해야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독천 내리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아직 어둠이 짙은 이른새벽,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독천 5일장으로 향하는 장꾼 서너명이 내렸다.
목포행 새벽 첫차를 운행하는 낭주교통 4100호 운전기사 한복현(57·사진)씨.
버스에 타고 내리는 손님들께 빠짐없이 인사를 하고, 짐 내리는 걸 돕는다. 차장이 승객 승하차를 돕던 시절은 먼 옛날, 기사가 차장 역할까지 해내야하는 요즘이다.
“버스운전은 서비스 직종입니다. ‘친절’이 최우선이죠. 손님들을 최대한 친절하게 모시려고 노력합니다”
영암에서 군내버스 운전 25년째인 한씨. “대부분 얼굴을 아는 손님들 이지요. 이 분이 오늘 어디 가시는지, 어디에서 내리실건지 알수 있습니다” 읍내 병원에 진료차 나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5일장에 가는 장꾼들, 학교가는 학생들이 손님 대부분이지만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태웠던 한 아가씨가 어른이 되어서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한씨의 버스를 타는 걸 보면서 화살같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요즘 같은 고유가, 고물가, 불경기 속에서 무척 살기 힘듭니다. 승객은 없고 기름값은 비싸고 대중교통 수단인 노선버스는 운행을 안할수는 없고 …. 기사들이 급료를 제때에 받지 못합니다”
이날 기자가 동승한 첫차 왕복운행에서 타고 내린 승객은 모두 10여명 뿐. 영암터미널에서 목포터미널까지 1일 왕복 5회를 운행하데 소비하는 기름은 100ℓ(13만원), 1일 운임수입은 5~6만원 뿐이니 적자 폭이 심각하다.
“군의 보조금이 있습니다만, 현재 수준의 보조금으로는 적자 메우기에도 부족한 실정이고, 회사는 기사들 월급을 못주고 있습니다” 3개월째 월급을 못받은 28명의 기사들이 회사측에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적자에 허덕이더라도 노선버스를 기다리는 단 한 명의 승객을 위해서라도 버스는 운행 해야한다”고 말했다.
임금 체불에 생계 위협받고, 열악한 처우에 사기 꺾여도 손님들께는 친절함 잃지않고 노선을 달려야할 버스기사들이 있다.
2남 1녀 자식들 다 장성해서 조금 여유가 있다는 한씨. 그러나 어린 자녀 들 한참 커가는 젊은 후배 기사들이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투명한 차창으로 밝은 햇살이 가득 쏟아졌지만, 새해 새 아침 희망을 싣고 달려야할 버스기사들의 속내는 그리 희망적이지 못했다.
신호대기 중 한씨가 답답한듯 말을 이었다. “새해에는 경기가 좀 풀려야 할텐데요, 서민들 삶이 좀 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새 아침에도 첫 버스는 어김없이 출발한다. 비록 삶이 현실에 굴복할지라도 돌아오는 길엔 희망섞인 햇빛을 차안 가득 싣고 왔으면….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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