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공고는 특히 지난 2017년에는 이른바 ‘사회적경제’ 조직인 학교협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목적사업인 목제품 생산과 한옥 건축교육 운영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서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트렌드다. 심화하는 빈부격차와 이로 인한 불평등을 해결해보려는 시도다. 협동조합은 바로 이 사회적경제의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은 전남에서 처음 시도된 교육협동조합이자, 매점이나 조합원의 복지 중심이던 종전 학교협동조합과는 달리 수익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시도로도 평가받고 있다.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은 학교를 기반으로 공통의 경제·사회·문화·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조합입니다. 특히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인테리어 기능 강화를 염두에 두면서 교과수업실습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설계, 제작, 시공에 참여해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는 등 실무경험을 익혀 트렌드를 읽는 전문가 양성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한 목제품 등의 수익금은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장학금, 기숙사비 등으로 재투자해 학생들의 자립의지를 돕고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 학교협동조합의 롤 모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구림공고 한옥건축과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임상수 교사의 설명이다.
특성화고교가 처한 현실인 졸업생들의 취업률 하락과 이에 따른 입학생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옥건축과 신설에 이어 사회적경제 조직까지 설립한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의 주요 생산품은 목공예품과 한옥양식의 부속건축물 제작이다. 한옥원두막 같은 소규모 건축물이나 버스정류장 같은 영암 관내 부속건축물을 한옥양식으로 만들어 아름다운 마을경관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구림공고는 영암군의 예산 지원을 받아 한옥건축학과 학생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왕인박사 유적지 입구에 한옥양식의 버스정류장을 제작해 설치했다. 또 학교 교문 안쪽에 설치된 한옥협문을 제작했고, 배움터 지킴이 초소, 피크닉 테이블, 그네, 구림초교 통나무 원두막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목공기술로 완벽하게 제작해내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임상수 교사는 “입소문을 듣고 진도실업고등학교에서 한옥형 호텔리어 휴게실 설치공사를 의뢰해와 최근 이를 끝냈으며, 현재는 영암초등학교 내에 설치할 한옥양식의 배움 쉼터를 제작하고 있는 등 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요즘 전통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선제적인 실전교육을 통해 그 수요를 적극적으로 충족시키는 한편 한옥건축학과 졸업생들이 더욱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은 이처럼 한옥건축학과 신설 이후 여러 한옥기능장들이 참여해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주 생산품인 목공예품과 한옥양식 부속건축물의 판로가 지자체와 학교 등 공공기관 위주여서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더구나 한옥양식의 버스정류장 등 한옥건축물이 희소성도 있어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교육과 창업 프로그램까지 시행함으로써 졸업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 학교협동조합의 롤 모델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 조합원이자 한옥건축과 재학생들은 “입학 할 때만해도 우리 손으로 한옥건축물을 짓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도면을 그려보고 작은 모형을 만드는 등 기초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다보니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한옥건축물들이 지역공헌사업이 되고 100년이 넘는 오랜 건축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들을 지도하는 임 교사는 “올 연말 즈음에는 교내에 조성된 편백나무 공원 안에서 관람객들을 초대해 그동안 학생들이 홍보용으로 만든 우든펜공예, 실내용벤치, 피크닉 테이블, 가구 등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학생들의 이름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구림공고 한옥건축과에는 멀리 수원과 인천에서 유학 온 학생 등을 비롯해 30여명의 재학생이 ‘대목수’와 한옥 건축 ‘장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