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문화의 집' 민간위탁 운영 동의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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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문화의 집' 민간위탁 운영 동의안 논란

현대삼호중공업, 사원아파트 일반분양 등 이유 위탁 운영중단 통보

씨름단에 문화시설까지 떠넘기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외면에 '우려'

삼호읍 용당리 현대삼호중공업 한마음회관 내에 자리한 '삼호문화의 집'이 새 운영자를 찾고 있다. 영암군이 '삼호문화의 집 민간위탁 운영 동의안'을 영암군의회 제269회 임시회(10월 17∼25일)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의 위탁을 받아 삼호문화의 집을 운영해온 곳은 다름 아닌 현대삼호중공업. 그것도 무려 18년 동안이다. 이런 현대삼호중공업이 위탁 운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군에 알려온 까닭은 여러 가지다. 우선 오랜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 등 복잡한(?) 그룹 내부 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군이 의회에 낸 동의안을 보면, 현대삼호중공업 사원아파트의 일반분양에 따라 삼호문화의 집이 '임직원 후생복지시설'에서 '지역민 문화·복지시설'로 변화한 점, 기업체의 장기운영으로 문화시설의 기능상실 내지는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발생한 점 등이 그 이유로 적시되어 있다.
궁색하기 짝이 없다. 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영암군이 지난 2001년 10월 체결한 '삼호문화의 집 조성 및 운영 관리 협약서'를 훑어보면 삼호문화의 집은 단지 '현대삼호중공업 임직원을 위한 시설'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삼호문화의 집'을 치면 뜨는 '디지털 영암문화대전'에도 '지역주민의 건전한 여가활동 및 건강증진과 평생교육을 위해 영암군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힘을 합쳐 만든 官産協力의 문화공간'이라고 씌어 있다.
'삼호문화의 집은 지역주민의 건전한 여가활동 및 건강증진과 평생 교육을 위해 영암군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힘을 합쳐 만든 관산협력의 문화공간이다. 현대삼호중공업 한마음회관 공간(552㎡)을 무상으로 임대해 영암군이 내부시설을 꾸미고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을 맡고 있다. 영암군은 문화관람실과 컴퓨터실,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추기 위해 4억원을 지원했다….'
사원아파트의 일반분양이 위탁운영 중단의 사유라는 건 억지다.
삼호문화의 집 운영에 소요된 비용이 부담이었을 수 있다. 협약서에는 삼호문화의 집 사용기간을 '2001년 10월1일부터 2011년 9월30일까지 10년'으로 하되, '사용기간 만료일 1개월 전까지 쌍방 간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갱신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현대삼호중공업은 현재까지 18년 동안 위탁운영을 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군비 1억여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해주기도 했다.
18년 동안 삼호문화의 집 운영에 소요된 비용은 총 18억3천41만9천원이다. 이중 5억225만원은 군비 지원, 13억여원은 현대삼호중공업 부담이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연간운영비는 1억여원이 조금 넘는다. 군이 의회에 낸 동의안에는 삼호문화의 집 민간위탁 운영예산으로 연간 2억원(인건비 및 운영경비)이 계상되어 있다.
결국 이번 위탁 운영 종료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삼호문화의 집 운영에 소요되는 연간 1∼2억원 가량의 비용마저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협약서에 명시된 '지역주민의 건전한 여가활동 및 건강증진과 평생교육'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이 민속씨름의 전통계승을 위해 창단한 코끼리씨름단 운영을 조선업 불황 등을 핑계로 영암군에 떠넘기더니, 이제는 '官産協力의 문화공간'인 삼호문화의 집 운영까지도 외면한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기업활동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지역사회와의 유대까지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씨름단이나 삼호문화의 집 운영에는 이래저래 막대한 군민 혈세가 들어갈 일들이어서 비난은 더욱 따갑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새 운영자가 누가 되든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해온 삼호문화의 집만 하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한마음회관 2층에 자리한 삼호문화의 집은 현대삼호중공업이 공간을 무상제공하고, 군이 내부시설을 맡았으며, 현대삼호중공업이 2002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위탁 운영해왔다. 도서 및 DVD자료가 보관된 시청각자료실, 다목적강의실인 문화관람실, 이용객 휴게공간인 문화사랑방, 도서관, 유아 및 영아 도서 열람실인 어린이 책나라, 문화강좌가 운영되는 문화창작실, 컴퓨터 교육실, DVD 시청 및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시청각부스, 수유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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