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영암발전희망연대' 공식 출범에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 창립의 취지나 성명서, 결의문 등에 명시된 대로 정치적인 목적을 단호하게 배제하고, 오직 영암의 변화를 바라는 충정만으로 묵묵히 나아간다면, 그동안 언론 등의 문제제기에 '메아리'를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기만했던 지역사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영암발전희망연대가 출범과 함께 낸 '성명서'는 영암군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짚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으나 경쟁하고 있는 지역들이 시대변화에 도전하면서 앞서 나갈 때 영암군은 변화에 둔감한 채 30년 세월을 흘려 보내버렸다. 지역 활력 수준을 가늠할 인구는 해마다 감소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장래 영암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스러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비롯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찾아오는 관광객은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다른 지역보다 유리한 투자유치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다 할 큰 기업하나 유치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경쟁력강화 사업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농촌경제를 살리고 농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할 새로운 농정시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주말이 되면 오가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읍면소재지의 상가는 침체된 지역경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군청소재지인 영암읍권의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는 걱정을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영암발전희망연대는 "군정에 몸담았던 전직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이제라도 영암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 지역민들에 대한 도리라 생각하고 뜻을 모아 나서게 되었다"고 조직 결성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지역이 잘 살기 위해서는 지역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꾸짖음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영암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지역민들은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면 군정에 무관심했다. 영암의 양심들은 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따끔하게 질책해야 함에도 뒷전에 앉아 못 본 척 했다. 우리가 나고 자란 영암의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대로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동안 공직에서 쌓아온 경험을 살려 영암발전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영암발전희망연대는 향후 활동방향도 분명히 밝혔다. "행정과 지역민들 간 소통의 사다리를 연결해 지역민의 군정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지역을 위해 꼭 해야 하고 잘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겠다. 반면에 절차를 무시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방관하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으로 바로 잡겠다. 그렇다고 비판만 하지는 않겠다. 대안이 없는 비판은 비난에 불과하다. 그동안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분석과 합법적인 검토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을 하겠다."
영암발전희망연대는 창립총회 내내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출범한데 따른 정치적 목적을 극구 경계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적을 단호하게 배제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어느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배척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며, "오직 영암의 변화를 바라는 충정만으로 묵묵히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조직결성의 취지를 담은 성명서 등으로 판단하자면 영암발전희망연대는 그동안 영암지역사회에서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던 '건전한 비판세력'이 일단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세력이 제대로 된 비판을 내놓으며 활동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가장 먼저는 '자치권력'과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은 입지를 좁게 만드는 지방보조금과는 반드시 거리를 둬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주요 관심사를 외면하지 않고 주저 없이 비판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했으니 좌고우면하면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의 기득권층인 퇴직공직자들이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우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퇴직한 공직자들이 지역사회를 이끌어간 사례는 바로 인근 장흥군에서도 확인된다. 1994년 손수익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주도로 지역인사 3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설립된 '장흥학당'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성격은 다를지라도, 지역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따끔하게 질책하는 어른들이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조직의 방향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영암발전희망연대는 선거가 임박해 출범한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으나, 군민들의 생각은 그 반대일수도 있다.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역할을 해낸다면 군민들의 올바른 선택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듯 보다 많은 주민들의 올바른 선택은 참된 지방자치의 첩경인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