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2월 현재 영암지역 한(육)우 사육두수가 모두 5만6천680두로 집계됐다. '영암인구(11월 말 현재 5만2천964명) 보다도 훨씬 많은 한우 사육두수'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전국적으로 축사 신축 제약 등으로 인해 한우농가 신규진입이 어려워 한우 사육농장 수는 정체상태인 반면 영암지역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난 것이 사육두수 증가의 첫 번째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 영암은 2015년 1천116가구, 2016년 1천131가구, 2017년 1천123가구, 2018년 1천319가구, 2019년 1천334가구, 2020년 1천351가구, 2021년 1천379가구로 늘었다.
사육두수 증가는 이보다도 가파르다. 2015년 3만9천537두, 2016년 4만462두, 2017년 4만2천262두, 2018년 4만4천911두, 2019년 4만9천782두, 2020년 5만2천815두, 2021년 12월 현재 5만6천680두다. 전년대비 증가폭이 2016년 925두, 2017년 1천800두, 2018년 2천649두, 2019년 4천871두, 2020년 3천33두, 2021년 3천865두로, 최근 들어 연간 3,4천두가 늘어나는 추세다. 농장 당 사육두수는 41.1두로 2015년 35.4두를 훨씬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 38.3두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영암인구보다도 많은 한우사육은 괜찮은 상황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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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할 전망이고, 도축 두수 역시 가격 파동이 있었던 2012년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현재 한우 사육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요 지속 등의 영향으로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는 상황이나,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축산물 수요 감소가 이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우려되므로, 신규 입식 자제 및 조기 출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도 국제 곡물 가격 및 해상운임, 환율 강세 등에 힘입어 상승 추세에 있어 경영비 상승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는 10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가격 파동 예상 시점이 공교롭게도 내년이란 점에서 더욱 우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영암 한우농가들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내놓은 관측보고서 12월호에 의하면 전국 한육우 사육두수는 9월 현재 모두 358만4천두로 전년대비 4.3% 증가했다. 이중 한우는 341만6천두로 전년대비 4.4% 증가했고, 특히 가임 암소 한우는 162만5천두로 전년대비 5.2% 늘었다. 육우는 16만8천두로 전년대비 3.1% 늘었다. 한우 사육농장 수는 9만3천678곳으로 전년수준이나 농장 당 사육두수는 38.3두로 전년대비 3.9%인 1.4두 증가했다.
한우 사육두수는 2019년 308만두, 2020년 323만두, 2021년 341만두로 늘어났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2년 353만두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축사 신축 제약 등으로 한우농가의 신규진입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사육두수는 2023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할 전망이라고 KREI는 분석했다.
이는 가임 암소 한우 증가에 따른 송아지 생산두수가 전년대비 크게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1년 9월 현재 누적 송아지 생산두수는 86만7천두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평년 91만7천300두를 쉬 돌파할 것이 분명함은 물론, 2020년 101만6천300두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한우농가들의 번식 의향이 늘고 암소 도축이 지연되면서 송아지 생산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REI는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2022년에도 한우 사육두수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고, 2023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2월 한우 사육두수가 341만2천두로 전년대비 5.7% 늘고, 이 가운데 가임 암소가 163만4천두로 5.6%, 1세 미만 한우두수가 100만4천두로 4.4% 각각 증가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내년 12월이면 한우 사육두수가 353만6천두로 전년대비 3.6%, 가임 암소는 170만6천두로 4.4%, 1세 미만은 102만7천두로 2.3% 각각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증가세는 2023년 정점에 이르러 2023년 12월 한우 사육두수는 361만4천두로 전년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KREI는 이에 자율적인 암소 감축을 통한 사육두수 조절이 없으면 송아지 생산 및 도축두수의 증가로 장기적으로 한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까지 사육두수의 꾸준한 증가로 도축 가능 개체수가 확대되면서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누적 한우 도축(등급판정)두수는 65만1천두(수소(거세우 포함) 35만3천332두, 암소 29만7천804두)로 전년대비 1.8% 늘었고, 육우 도축두수 역시 6만3천157두로 전년대비 4.1% 늘었다.
또 사육두수가 최대로 예상됨에 따라 2022년 한우 도축 두수는 전년대비 9%, 평년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가임 암소의 증가에 따른 송아지 생산 증가 여파 등으로, 2024년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우 가격 지지에 악영향을 주는 수입쇠고기 수입량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10월 누적 쇠고기 수입량은 37만4천톤으로 전년대비 7.6%, 평년대비 14.5% 늘었다.
반면 한우 산지가격은 암송아지(6∼7개월령)는 373만원으로 전년대비 7.3%, 수송아지(6∼7개월령)는 467만원으로 전년대비 12.2% 상승하는 등의 여파로 송아지 입식 및 번식의향 증가세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소비 증가 영향으로 한우 도매가격 역시 2만1천234원/㎏으로 전년대비 6.6%, 육우 도매가격도 1만1천658원/㎏으로 전년대비 9.3% 상승하는 등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KREI는 그러나 내년 한우 수요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어 가정 소비가 천천히 하락하는 경우와 단계적 일상 회복 안착에 따른 한우 수요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 가능성이 상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설 성수기 한우 수요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조정기에 들어갈 전망이나 위드 코로나 초기 단계로 인해 여전히 소비수준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다만 일상 회복이 조기에 실현될 경우 수요 감소로 인해 도매가격 하락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KREI는 이에 설 이후 도매가격은 수요 감소와 도축 두수 증가 영향으로 설 성수기 가격 전망치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설 성수기에 저능력 암소 출하를 적극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사료 가격 동향과 관련해 KREI는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의 경우 평년 388원/㎏, 2020년 412원/㎏, 2021년 10월까지 평균 457원/㎏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10년 전인 2011∼2013년 한우 도축두수 증가 등으로 도매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료 가격도 함께 상승함에 따라 농가 수익성 악화를 유발했던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곡물 수입단가 역시 사료용 수입단가지수(CIF, 원화기준)가 135.4로 전년대비 60.7% 상승한 점도 한우 농가의 경영비 상승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