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연장 5㎞에 달하는 큰골길은 왕인박사와 도선국사, 최지몽, 김시습, 정약용 등 명사들이 월출산을 오르던 길이라는 의미에서 '명사탐방로'(風水길)로 불린다. 월출산이 국립공원, 대동제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각각 지정되기 전까지는 군민들은 물론 전국 각지의 탐방객들이 월출산을 찾을 때 애용하던 주된 등산로였다.
월출산은 뛰어난 경관자원을 토대로 지난 1988년 국립공원(제20호)으로 지정됐으나, 탐방로가 한정된 데다 역사문화유적지와의 접근성도 떨어져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탐방객수가 제일 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연히 지역사회에서는 월출산 국립공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질 않았고, 이에 군은 대동제를 거쳐 용암사지에 이르는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며 탐방로 개설을 위한 로드맵을 완성하고 단계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와 명사탐방로 조성을 위한 협의에 나서 행정절차를 진행했으며, 지난 2019년 11월 월출산 국립공원 공원계획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또 2020년 5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환경 분야 민간위원 등이 실시한 월출산국립공원 명사탐방로 입지적정성 현장평가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데 이어 7월에는 탐방로 공원계획이 결정 고시됐다.
군은 이에 따라 총연장 5㎞구간 가운데 氣찬랜드~대동제까지 2.4㎞ 구간은 직접 시공하고, 대동제~큰골~용암사지까지 2.6㎞ 구간은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가 시공하기로 하고 2020년 6월 국립공원사무소에 대행사업비까지 교부했다.
하지만 명사탐방로 개설은 이때부터 관련 행정절차를 이행하느라 단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다.
군은 지난해 1월 용암사지 탐방로 안전시설물 설치공사를 완료한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군 시행구간인 기찬랜드~대동제까지 2.4㎞ 개설 사업을 준공했으나, 국립공원 구간은 문화재 현상변경, 야생동물보호구역 및 상수도보호구역 협의가 진행되느라 당초 완공예정이던 2021년을 넘겼다. 2019년 11월 월출산 국립공원 공원계획변경안 제출 이래 무려 2년이 넘도록 행정절차만 이행하느라 사업 착수를 하지 못한 것이다.
군은 현재 국유림 대부 및 산지 일시 점용 협의 절차가 진행 중으로, 이 협의가 끝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사업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고, 늦어도 오는 2월 중에는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군 관계자는 "기찬랜드~대동제 구간은 국립공원 구역이 아니어서 탐방로 개설에 따른 제약이 없는 반면 대동제~큰골~용암사지 구간은 국립공원 구역이자 상수원보호구역, 야생동물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있어 행정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면서, "기찬랜드~대동제 구간이 국유림이어서 대부 및 점용을 위한 절차이행만 남아 있어 조만간 협의가 끝나면 사업을 조기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민들은 이에 대해 "국립공원인 만큼 복잡한 행정절차 이행은 당연하지만 영암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보다 긴밀하게 협의하고 군수가 직접 나서 환경부 등 정부부처에 조속한 절차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공사 착공을 앞당겼어야 했다"고 아쉬워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공사가 진행되고 탐방로가 개설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탐방로 개통과 함께 관광객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전략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월출산 명사탐방로 조성사업은 氣찬랜드∼대동제∼용암사지 구간 5㎞의 탐방로를 폭 1.5∼3m로 개설하는 사업으로 총소요사업비는 19억원(도비 2억5천만원, 군비 16억5천만원)이다.氣찬랜드와 氣찬묏길 접점에서 시작되는 명사탐방로는 우리나라 국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과 구정봉 '큰바위얼굴' 등을 볼 수 있는 신규 탐방로다. 특히 군은 氣찬랜드와 녹암마을을 연계하는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과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구성해 관광객과 탐방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월출산 명사탐방로 조성 기본계획 용역'에 담긴 개발구상에 따르면, 氣찬랜드와 氣찬묏길, 대동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테마형 탐방로 개설과 함께, 주민역량사업과 연계해 관광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확충이 이뤄진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지나지 않았던 길,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이 깨어난다'는 모티브로 스토리텔링 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