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면→마한면' 변경 나주서 반대서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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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시종면→마한면' 변경 나주서 반대서명 논란

반남면 자미마을 등 주민 813명 "지명 독점 안돼" 반대 서명

군, 면 명칭변경은 지자체 조례로 가능 "계획대로 추진" 일축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면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인근인 나주 반남면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지자체 간 갈등양상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영암군과 나주시, 나주문화원 등에 따르면 고대 마한시대 고분과 마한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명칭을 바꾸기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중인데 대해 나주 반남면 자미마을 등 26개 마을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서명에 나서 모두 813명이 서명했다는 것이다.
나주문화원은 '시종면→마한면' 불가사유에 대해 ▲고대 마한의 공간범위가 경기, 충청, 호남 등 한반도 중서부지역에서 서남부지역까지 포괄하고 있어 영암군 시종면 지역만을 대표하는 지명이라고 할 수 없고, ▲시종면 일대의 한 지역에 대한 지명으로 '마한'을 사용할 경우 그동안의 고대사 연구성과를 부인하는 것이며, 역사왜곡의 소지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 마한의 공간범위가 넓은 상황에서 시종면을 대체하는 지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광역·기초지자체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데다, 향후 '역사문화권 정부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역사문화권의 보호·정비사업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삼국지」 동이전 등의 기록에 의하면 고대 마한은 54개 소국을 총칭하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신라 최치원을 비롯해 조선 실학사상을 거쳐 현대 역사학계까지 고대 마한사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시종면→마한면' 변경은 역사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나주문화원은 이같은 주장을 통해 "고대사 연구 성과를 통해 영암지역은 일난국(一難國) 또는 감해비리국(監奚卑離國)으로 비정되고 있는 만큼 이 명칭을 채택해 지역명으로 사용하는 것이 지역갈등 또는 역사왜곡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주시 관계자도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유명한 고유 지명은 특정 자치단체가 행정구역 명칭으로 독점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지방자치법(제7조)에 읍·면·동의 폐지나 설치 또는 나누거나 합칠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명칭과 구역 변경은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고 그 결과를 도지사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며 면 명칭 변경을 위한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특히 '시종면→마한면' 변경은 "주민들의 자율적인 뜻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주민설명회와 주민투표 등이 계획되어 있는 단계"라면서, "이런 상황에 인근 지자체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도 군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이며 시종면민 다수가 면 명칭을 바꾸겠다는 의견을 모은다면 이를 제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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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시 반발 왜 나왔나?
마한사 주도권 놓고 벌어지는 지자체 간 경쟁의식의 발로 지적
면 명칭변경은 지자체 고유 사무 나주시의 이의제기 효력 주목
'시종면→마한면' 변경에 대한 나주시의 반발은 마한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경쟁으로 보인다.
실제로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마한사도 포함됨에 따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등 막대한 예산이 지원될 국책사업에 있어 주도권을 쥐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전남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나주시와 영암군이 마한축제를 따로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번 시종면 명칭 변경은 군이 시종면만 특정해 추진한 것이 아니라 군서면과 신북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1914년 군·면의 통폐합에 따라 지역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방위에 기초해 지명이 붙여진 곳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고, 공교롭게도 시종면 주민들만 면 명칭 변경에 찬성비율이 높게 나타나 추진되고 있음에도 나주시 등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어서 지나친 경쟁의식의 발로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나주시와 나주문화원 측은 "반남면은 다수의 마한고분군이 산재해 있고 마한시대 유물을 전시하는 전남유일의 국립나주박물관이 위치한 마한역사의 중심지로 평가 받고 있다"면서, "국가지명위원회나 전남도지명위원회가 영암군이 마한 명칭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에는 읍·면 명칭 변경에 이들 지명위원회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 또 반남면이 국립박물관이 위치해있다고 해서 마한역사의 중심지라는 주장 역시 논리비약이다. 시종면에도 고분군과 마한문화공원까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주시가 마한 명칭 사용 불가의 이유로 거론한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2012년 경북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명칭을 변경하려하자 단양군이 "소백산은 단양군과 영주시가 함께 가꿔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특정지역 면 명칭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반대한데서 기인한다. 영주시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면 명칭 변경을 강행하자 단양군이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이에 위원회는 "비록 읍·면·동 명칭변경이 자치단체 사무라 하더라도 '소백산'과 같이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유명 '산' 등의 고유지명을 특정 자치단체가 행정구역명칭으로 독점 사용할 경우 이웃한 자치단체와 불필요한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한다"며 단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마한이 소백산과 같은 고유지명과 같은 차원의 명칭인지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고, 더 나아가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이번 나주시 등의 반발이 행정안전부의 분쟁조정사안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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