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버스에 올라 4시간여를 달려 중부 내륙 깊숙이 강원도와 맞붙어 쉽게 찾아가기 힘든 곳, 제천시에 도착한다. 제천은 먹거리 여행 프로그램 ‘Gastro Tour’로 유명한 곳인데, 영암군 먹거리 담당자의 부재, 그리고 가스트로 투어를 기획했던 제천시 담당자가 부서를 옮겨 깊은 속내를 듣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묵요리 전문점 ‘꿀참나무’를 배움 여행의 첫 끼로 선택한다. 묵으로 만든 음식을 접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묵코스요리를 체험하면서 가스트로 투어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음식점에 들어서며, 그리고 차례로 나오는 그 음식을 보면서 스쳐 가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아니라 그 음식점을 대표하는 음식이 중요하다!” 그동안 먹거리를 위해 우리 지역의 대표 음식이란 이미지만 쫓았는데, 어떤 음식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바로 그 음식점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 지역 대표 음식보다 더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사 후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있는 제천 어반케어센터(Urban Care Center)로 향한다. 제천은 용역업체에서 운영하는 영암군과는 달리 시 직영으로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제천시청에는 도시재생만 전담하는 6개 팀으로 이뤄진 ‘도시재생과’가 있는데, 이 과에서는 순차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할 구역을 나눠서 정리하는 일을 먼저 하고, 해마다 도시재생사업에 응모하면서 3년 연속 사업권을 따내기도 하였다. 총 여덟 군데의 사업에서 3,000억 원 이상을 확보하여 네 군데 사업은 완료하고, 현재 나머지 네 군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완공되어 전국 1호로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인증을 받은 제천 어반케어센터는 1층에는 지상주차장, 2층에는 복합서비스지원공간, 3층에는 사회적경제비즈니스센터, 4층에는 패밀리돌봄라운지, 5층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 6층에는 강의실과 동아리방, 7층에는 지역관광협업센터가 각각 자리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지역관광 등의 사업부서가 한 건물에 모여 있어 지역 발전을 위한 협업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될 가능성을 보았다.
실제 운영되고 있는 현장을 보기 위해 영천동 커뮤니티 센터 ‘칙칙폭폭 999’와 화산동 마을창작소 ‘화담’을 차례로 둘러본다. ‘칙칙폭폭 999’는 과거 방치된 철도 관사를 전부 철거하고 3층짜리 신축 건물을 지었으니 과거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도새재생사업이라는 의미는 퇴색되었다. 다만 주민들을 위한 널찍한 휴게공간을 갖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게스트하우스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화산동 ‘화담’은 1층에는 ‘칙칙폭폭 999’처럼 널찍한 카페가 있는데, 특이한 점은 2층에 몸을 움직이며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천 도시재생 지원센터에 도착해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부터 줄곧 주민들을 위한 공간보다는 행정을 위한 보여주기식 공간이 더 많다는 느낌이었는데, 시설을 둘러보면서 도시재생사업이 표방하는 주민 주도적 사업보다는 행정 주도사업으로 변모되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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