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여론조사...선거문화 실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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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불공정한 여론조사...선거문화 실종 우려

8월 7일자 모 지역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읽고

기고/박임철 (54·삼호읍출신)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현직 군수에게 유리한 설문 문항 신뢰성·공정성 잃어
무분별한 설문조사 통해 지역 갈등·반목 부추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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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설문조사로 특정인 부각
누구를 위한 설문조사인지?
공정한 선거보도만이 지역 언론 위상 지킬수 있어
공정한 선거 문화 정착위해
언론, 공무원, 군민 모두 감시자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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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자 모 지역신문에 게재된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기사와 관련, 한 향우가 본지에 기고문을 의뢰해 왔다. 향우는 여론조사가 신뢰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과 함께 조사방식과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향우는 설문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조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공정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언론의 보도방향 등을 제시했다. 본지는 향우의 기고문을 여과없이 싣는다. 다만 편집과정에서 부득히 오·탈자 수정과 중복된 단어 삭제, 후보들 사진을 첨부했다. 한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힌다. /편집자주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를 희망하는 자들은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영암군수 출마를 원하고 있는 인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여론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암지역의 한 신문에서 서울의 모 여론조사기관과 광주의 모 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결과를 기사화했다.
선생님께서는 현재 영암군수인 김일태 군수가 군정운영을 잘 하고 있다고 보세요? 잘 못하고 있다고 보세요?
① 잘 하고 있다 ② 잘 못하고 있다 ③ 잘 모르겠다
2. 선생님께서는 현재 영암군수인 김일태 군수가 군수 선거에 다시 출마한다면 지지하시겠습니까?
① 지지하겠다 ② 지지하지 않겠다 ③ 잘 모르겠다
3. 선생님께서는 내년 영암군수 선거에서 다음과 같은 후보들이 출마할 경우 누구를 지지하실 생각이세요?
① 강우원 전남도의원 ② 김일태 현 영암군수 ③ 김재원 전 전남도청 종합민원실장 ④ 김재철 대불대 석좌교수 ⑤ 전동평 알파중공업 대표이사
⑥ 잘 모르겠다
4. 선생님께서는 현재 영암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현안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① 관광단지 개발 및 서남권 관광의 허브로 도약
② 친환경 농업 확산단계 진입 및 친환경 농업특구 지정
③ 조선산업 클러스터를 성장전략산업으로 육성
④ 공직자 경영마인드 함양으로 행정 혁신의 체질화
⑤ 공동주택 개발사업과 전원마을 조성
⑥ 저소득 소외계층의 기초생활안정 도모
⑦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 적극 추진
⑧ 잘 모르겠다
5. 선생님께서는 내년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다음과 같은 후보들이 출마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 생각이세요?
① 김효석 현 국회의원 ② 박준영 현 전남도지사 ③ 이낙연 현 국회의원
④ 이석형 현 함평군수 ⑤ 주승용 현 국회의원 ⑥ 잘 모르겠다
6. 선생님께서는 평소 어느 정당을 가장 지지하세요?
① 한나라당 ② 민주당 ③ 자유선진당 ④ 친박연대 ⑤ 민주노동당
⑥ 창조한국당 ⑦ 진보신당 ⑧ 기타 또는 잘 모름
필자가 입수한 여론조사 설문지 원문을 공개한다. 여론조사 설문 6개 문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박스 참조>
우선 1번 문항을 보면 현 군수의 이름을 적시하면서 군정운영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2번 문항 역시 현 군수의 이름을 직함까지 포함해 지지 여부를 묻고 있다. 이렇듯 1번과 2번 문항에서 출마가 유력시되는 현군수의 이름을 적시하면서 질문을 한 후 3번 문항에서 바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의 이름을 열거해 지지후보를 묻고 있다.
실로 상식을 뛰어넘는 설문조사 불공정한 문항이다.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여론조사 문항이 무엇을 유도하고 어떤 인물 지지를 위한 여론조사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정당 홍보나 개인 홍보를 위한 ARS여론조사의 경우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답변을 얻기 위해 설문의 앞 문항에 특정후보의 이름을 열거하고 3번이나 4번 문항에서 지지할 후보를 나열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번 설문조사 문항(위 박스 설문 참조)을 보면 1번과 2번 문항에서 현직 군수의 이름을 넣었다는 것이다. 3번 문항에서 지지후보를 묻고 있다.
특히 우리 영암군의 경우 노령인구 뿐 만 아니라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으며 최근에는 다문화 가족도 많아 특정후보의 홍보성 전화로 착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특정후보를 지지한 사람만이 설문조사를 끝까지 경청하지만 그 후보를 지지 않는 경우는 전화 답변을 거부하거나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이번 여론조사는 현직 군수가 아닌 경우 지지율이 거의 나올 수 없도록 되어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 아닌 경우 군정 직무평가에 대해서는 물을 방법이 없다. 공정하고 투명한 여론조사였다면 첫 문항에 가상대결의 지지도를 묻는 방법이 공정할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ARS 여론조사의 경우 500명의 응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번 정도의 전화를 해야 한다. 영암군의 경우 2만5천여 세대인데 2가구 중 한 가구에 전화를 해야 500명의 샘플을 구할 수 있다는 가정도 나온다. 그러나 필자의 현지 탐문 결과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편 ARS 방식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유명한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여론조사는 몇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여론조사기관과 광주의 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각 시군의 지역신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판매했다는 점이다.
둘째 여론조사 시기도 문제다. 지난 7월14일~18일까지였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추석 또는 신년 구정 명절 무렵에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또 전남도 모든 시군을 대상으로 똑같은 방식의 조사를 실시했다. 시, 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도 문제다. 각 지역마다 인구의 수가 현격하게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셋째 공정성의 문제다. 현 자치단체장에게 유리한 설문조사였다는 것이다. 시, 군정평가를 묻는 1번 문항에 현직 모든 자치단체장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물론 설문 문항에 <그저 그렇다>, <보통이다> 등의 문항은 찾아볼 수 없다. 설문조사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넷째 정당지지도를 묻는 <6번> 문항에 대한 설문 결과는 아예 없다.
그럼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를 지역신문에 보낸 조사기관의 속셈은 무엇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출마예정자들은 여론의 추위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출마자들의 노심초사를 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직단체장에게 유리한 설문문항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현 단체장들의 지지율을 높여 여론조사 수주나 선거컨설팅 업무를 맡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이런 설문조사의 방법이나 문항의 불공정을 알면서도 여과 없이 보도한 지역 언론에 대해서도 공정한 보도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8월7일자 모 지역신문의 보도를 살펴보면 기사의 상당부문이 현직단체장에 대한 보도를 했고 <6번>문항인 정당지지도에 대한 언급을 아예 없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밝히지 않았는지 아니면 언론사에서 일부러 기사화를 않았는지? 여론조사기관에서 정당지지도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 또한 문제며 언론사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았어도 심각한 문제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소금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반목과 갈등으로 얼룩지는 지역문화에 대한 통합, 소지역주의로 분열되는 여론의 통합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치유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를 여과 없이 보도한 행태는 자칫 더 큰 부작용과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이번 여론조사의 설문문항을 검토해 보았는지 의심스럽다. 평범한 유권자라도 설문 문항을 문자로 읽으면 불공정한 설문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말이다.
현직 단체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기관의 몰상식한 여론조사가 지역의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보도한 언론사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적어도 언론사라면 그 여론조사가 공정한 문항으로 신뢰성 있게 조사가 되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자 비판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건전한 여론 조성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고 유능한 인물을 키우는 것도 지역 언론의 사명이다. 선거 때면 늘 네편,내편으로 갈라져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는 지역의 정서를 통합시켜야할 몫도 지역 언론이다.
필자는 지난 4월 29일 실시된 영암 <라 선거구> 군 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보여준 깨끗한 경선 모습은 영암의 젊은 지도자들에게서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이제 우리 영암은 내년 6월에 실시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새로운 선거문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들어 영암의 희망을 말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공정한 선거풍토를 만들어야할 지역 언론과 언론인들 공정한보도, 공무원들의 엄정한 선거중립 그리고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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