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 재개된 천황사길 선형개선공사…주민설명회부터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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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만에 재개된 천황사길 선형개선공사…주민설명회부터 ‘아수라장’

군, 남풍리∼개신리 2.14㎞ 구간 폭12m→20m 확‧포장 통행여건개선 등 취지 설명
일부 주민, “사업 시작한다더니 12년 허송세월 다시 추진한 배경부터 밝히라” 항의
노선 선정 거쳐 내년 상반기 공사 착공 계획 불구 설명회 결국 파행 사업차질 우려

영암군이 8월 2일 영암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선5기부터 공론화 되어온 ‘천황사길 선형개선공사’ 추진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진행했으나, 10년 넘게 지연되어온 공사의 재추진에 대한 일부 주민의 반발 등으로 파행이 빚어지는 등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영암군은 이날 ‘천황사길’이 국립공원 월출산으로 향하는 진입도로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의 교통 안정성 향상을 위해 지역민의 의견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천황사길은?
영암읍 남풍리에서 춘양리, 용흥리, 개신리를 거쳐 천황사 입구에 이르는 2.14㎞ 구간의 길로, 월출산을 끼고 달리는 길이어서 국립공원 탐방객 및 주민들의 차량 및 도보 이용이 많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번한 길이다.

영암군은 이에 민선5기 때인 지난 2012년 영암읍 남풍리 복지행정타운 입구에서 영암읍 용흥리 남춘동마을까지 1.055㎞ 구간에 대해 폭 12m의 도로를 20m로 확·포장해 안전한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양방향에 개설하는 ‘명품길’로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특별교부세 7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천황사길’이 행정안전부의 '2013년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 대상지구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명품길 조성사업을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에 포함시켜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 때 세운 '안전한 보행길' 조성사업계획은 영암공용터미널(정확히는 영암읍 춘양리 氣찬장터)에서 국립공원 월출산 천황사 입구까지 군도 5호선 3.195㎞ 구간에 대해 총사업비 69억원(국비 50%, 군비 50%)을 투입해 2016년까지 4차선으로 개설하는 것으로, 단순한 도로 개설 뿐 아니라, 농기계통행로, 자전거도로, 보행자통행로 등을 갖춘 명실 공히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2014년 들어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도로 등이 함께 개설되는 사업이고, 무엇보다 도로개설에 따른 보상비가 추가되면서 사업비가 140억9천200만원으로 늘어났다.

도로 확·포장 계획 확정에 따라 용지보상까지 이뤄지던 천황사길은 민선6기 들어 군수가 바뀌면서 '건축·토목중심' 군정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안전한 보행길’ 조성사업 추진이 전면 백지화됐으며, 4차선 도로 확장 계획을 2차선으로 줄이는 단순한 선형개량(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으로 다시 변경되고 사업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당시 전동평 군수의 군수직인수위원회는 산수뮤지컬조성사업과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 등의 백지화로 천황사길 확‧포장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2014년 이후 국비지원 신청까지 포기하면서 도로 확·포장에 따른 용지보상이 42%까지 이뤄졌던 천황사길은 사실상 지금까지 중단되어 왔다.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군수가 바뀔 때마다 계획이 바뀌는 등 애먼 주민들만 골탕을 먹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져온 셈이다.

특히 지난 2018년 ‘천황사길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에 대한 감사에 나섰던 감사원은 영암군이 당시 행정안전부의 사업계획 확정 통보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국비지원 신청을 포기했던 사실을 적발했으며, 민선6기 출범 뒤인 2014년 8월 총사업비를 당초 96억원에서 56억원으로 축소하면서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으로 방식을 변경해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나 예산 부족 때문에 현재까지도 공사 착공도 못한 채 사업이 중단된 사실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영암군이 2013년부터 4년간 추진할 예정이었던 천황사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행환경개선지구 지정 및 국비지원을 신청, 보행환경 조성사업계획을 수립, 추진하는 등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했다며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주민설명회 주요내용
영암군은 이날 설명회에서 천황사길 선형개선공사가 지금까지 착공도 못한 채 사업이 중단돼 오다 2022년 국토교통부 신규 지역개발사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사업 취지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해당 과업의 설계를 맡은 ㈜다산컨설턴트 담당자가 과업의 목적 및 내용을 발표했다.

담당자는 천황사길 선형 개선 공사는 천황사길 도로 확장과 농기계 통행로 및 보도 등을 조성해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히며 노선 계획안을 설명했다.

영암군보건소 인근 남풍리 일대를 시점으로 개신리까지 길이 2.14㎞ 구간에 대해 기존 12m 도로의 폭을 20m로 확장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 남풍리 시점 도로부터 한진택배까지의 구간은 가옥 및 카페 등 지장물 근접통과 구간으로, 지장물 저촉 최소화를 위해 건강복지센터, 복지회관이 있는 좌측으로는 확장하지 않고 논경지가 많은 우측으로만 8m 확장해 보도 및 자전거 겸용 도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어 용흥365 카페부터 월출 요양원 부근까지의 구간은 선형 불량구간으로 그동안 교통사고에 취약한 문제점이 발생해 해당 구역의 좌우 보도 폭을 기존 2m에서 4.5m로 확장해 안전성 향상을 도모하는 선형 변경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용흥리 맨홀 펌프장 인근 구역부터 종점인 삼거리민박 일대까지의 구간은 기존 농기계 통행 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는 탓에 좌측 4m를 농기계 통행로를 설치하고, 우측에는 보도 및 자전거 겸용 도로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천황사로 2차로 노선 특성상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종점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해 차량 통행의 방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설명을 끝내고 주민 의견 수렴 시간을 가졌다.

주민 반발 및 설명회 파행
지난 2012년 11월 영암읍 춘양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이후 무려 12년 만에 다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은 향후 개선 방향이 아니라 그동안 영암군의 과업 진행 과정을 문제 삼았다.
한 주민은 “사업을 시행한다고 해놓고 기다리게 한 게 벌써 12년이다. 적어도 왜 이 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인지 설명이라도 자세히 해줘야 하는데 그런 배경 설명 없이 용역 시행 계획 설명만 하는 게 맞냐”며 “이번에도 지주들에게 통보도 없이 용역사에서 우리 부지에 말뚝을 박고 측량을 했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막무가내 행정은 변한 게 없다”고 꾸짖었다.

해당 주민의 항의가 30여분 동안이나 이어지자 설명회에 참석한 다른 주민들은 기다리다 못해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본인 얘기도 하자며 주민들끼리 고성을 지르고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주민들은 의견제시나 보상문제 등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야 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의 행정 절차에 실망한 주민들에게 사과하며 주민설명회 이후부터는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리고 찾아가 설명을 하는 등 적극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군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노선을 최종 선정하고 각종 영향평가, 경제성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공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군수가 바뀔 때마다 달라진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영암군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져버린 상황이어서, 주민 동의와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이 계획대로 착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선형개선공사 | 주민설명회 | 천황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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