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늦가을. ‘5·18’을 언급하기가 생뚱맞다. 하지만 기자는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5·18’은 여전히 아물지 않는 상처라고.
말을 돌려보자. 2007년 여름. 전국적인 흥행을 불러온 영화 ‘화려한 휴가’는 5·18민주화운동을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로 재현한 대표적 영화다. 김지훈 감독. 안성기, 이요원, 김상경 주연.
영화 개봉전 광주 시사회를 마치고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는 물었다. “역사적 비중 높은 사실을 픽션의 상업영화로 재현해 5·18 진실을 왜곡시키는 것 아니냐?”고….
관객수 800만명을 돌파할 무렵, 한때 관광명소가 됐던 광주 첨단지구 촬영세트장에서 김지훈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남도민 관객수가 가장 적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남도민의 관심이 왜 그리 낮은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관객수 1천만명을 넘어서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었다.
그때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다큐멘터리든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든 5·18정신을 오롯이 담아내거나 그날의 참상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다”고. “남도민에게 5·18은 다시 돌아보고 싶지않은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5·18 영령들이 더 슬퍼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80년 당시 광주시 모 고교 2학년이었던 기자는 금남로에서 전투용 은색 대검을 착검한 M16소총을 거총한 계엄군을 보았다. 그 칼에 찔려 피 흘리는 시민을 보았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졌다.
그들이 한 민간인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웠다. 그는 29년간을 그 누명을 쓰고 살았고, 이제야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었다.
‘조작된 살인’에 대한 ‘무죄’ 판결로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다. ‘5·18’.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